문재인 정부는 후임 금감원장을 임명 안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후보 하마평은 무성하다.
29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윤석헌 전 원장이 지난 5월 7일을 끝으로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이래 85일째 공석이다.
김근익 수석 부원장의 대행체제로 유지되고 있지만 주요 현안처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모펀드 사태 제재심 등 주요 현안들이 미해결 상태이고, 내년도 예산안도 처리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본지에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서 루틴 업무는 별 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중요한 의사결정은 당연히 원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된 인물들. 왼쪽부터 이상복, 원승연, 박영석, 손상호, 하성근, 정은보 (연합뉴스 자료사진)그동안 하마평에 올랐던 민간, 학자 출신의 후보는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원승연(58)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금감원 전 시장담당 부원장), 박영석(62)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자본시장연구원장), 손상호(65) 전 금융연구원장, 하성근(76)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등이다. 대부분 금감원 노조와 내부 반대에 부딪혔다. 금융감독기구의 정체성과 배치된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이상복 교수는 너무 금융위 편을 들어서, 원승연 교수는 사모펀드 사태 관련 책임 안지는 모습에 내부에서 반대기류가 강했다”고 말했다. 이상복 교수는 과거 언론 등에 밝힌 견해가 문제가 됐고, 원승연 교수는 금감원 부원장 시절 ‘사모펀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는다.
노조 관계자는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증권사에 우호적 시각이, 손상호 전 금융연구원장은 은행쪽 시각이 많이 반영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며 “하성근 교수는 나이도 많고 활동을 안 한지 오래된 분”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감원 내부에서도 이상론과 현실론이 부딪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어차피 금융위가 예산과 인사권을 다 쥐고 있으니 예전처럼 금융위에서 금감원장이 오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감원 내부 관계자도 “손상호, 하성근, 이상복 등의 후보도 괜찮다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10인 10색으로 직원들 의견이 각자 다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짧은 임기와 조직 안정화를 감안하면 원장 대행인 김근익 수석 부원장의 내부 승진 카드가 현실적이라는 얘기도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국정감사가 코앞인데 새로운 원장이 오면 국감준비는 커녕 업무보고 하기도 바쁠 수 있다”며 “외부인이 온다면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전 원장 때 틀어진 금융위와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수석부원장 카드로는 한계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당초 관료 출신 인사들도 하마평에 올랐었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 김종호 청와대 전 민정수석 등이다. 하지만 대부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대선까지) 몇 개월 안 남았다”며 “원장 몇 개월하고 나갈 거 뭐 하러 하겠나”고 꼬집었다.
정권 임기 말에 공석인 자리가 많은 상황에 금감원장 인사가 우선순위가 아닐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금감원 내부 관계자는 “감사원장도 해수부 장관도 공석이고 비어있는 자리가 한두 곳이 아니라서 금감원장 인사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