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5일까지 김환기 등 기증작 30점 전시
1일 오후 광주시립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수집했던 이응노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어떤 작품을 모았는지 궁금해서 보러 왔습니다. 평소 미술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했는데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니 남도미술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1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만난 이동훈(40·광주 광산구)씨는 자녀들과 ‘이건희 컬렉션’을 보러 광주시립미술관을 찾았다고 했다. 평일 오후 시간대였지만 이씨 뿐 아니라 시민 20여명이 전시장 곳곳을 돌며 작품 관람에 집중하고 있었다.
임종영 학예연구사는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보기 위해 시민들이 오전부터 줄을 서서 찾고 있다.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이건희’라는 이름이 시민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이 기증한 작품이 공개되자 코로나19로 침체했던 광주시립미술관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미술관 쪽은 이번 전시를 통해 남도미술을 알리고 미술 관람 문화를 퍼트린다는 방침이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지난달 29일부터 5전시실에서 4월 이 회장의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작품 30점을 선보이는 ‘아름다운 유산-이건희 컬렉션 그림으로 만난 인연’ 전시를 열고 있다. 기증작은 남도 출신 화가 김환기(1913~1974), 오지호(1905~1982)와 한국 근현대 대표작가인 이응로(1904~1989), 이중섭(1916~1956), 임직순(1921~1996)의 작품이다. 전시는 다음 달 15일까지 열린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아름다운 유산-이건희 컬렉션 그림으로 만난 인연’(6월29일∼8월15일) 전시에서 선보이는 김환기 작품 .
미술관이 기증받은 김환기 작품 (121.3×85.6㎝)은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132억원)를 기록한 작품 와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것이다. 구상회화(사물 그대로의 형태를 그리는 것)를 벗어나 수많은 네모를 작품에 담은 김환기 추상작업의 완성 단계를 엿볼 수 있다. 작품명 은 1968년 3월30일에 제작한 그해 6번째 작품이라는 의미다. 또한 달과 항아리를 그린 과 등을 통해 김환기의 1950년대말부터 70년대까지의 예술 세계를 볼 수 있다. 전남 화순 출신 오지호 전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는 한국 인상주의 화풍을 남도화단에 정착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서양화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 등 다양한 색으로 우리나라 사계를 표현한 1960∼70년대 오지호의 후기작 5점을 볼 수 있다.
오지호에 이어 1961년 조선대 미술대 교수로 부임한 임직순은 원색을 사용해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인물과 정물, 풍경을 주로 그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붉은 상의를 입은 채 바깥을 응시하는 여성을 그린 인물화 를 공개한다.
남도 인상주의 화풍을 정착시킨 고 오지호 작가의 1978년 작 .
충남 출신 이응노는 5·18민주화운동 직후 시위 군중을 표현한 ‘군상’시리즈로 작업하며 광주시민에게 친숙한 작가다. 전시에서는 연작 3점과 말년에 제작한 수묵담채 작품 1점 등 총 11점을 선보인다.
광주시립미술관이 처음으로 보유하게 된 이중섭 작품은 궁핍한 시절 이중섭이 담배 종이에 그린 은지화 4점과 연인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이남덕)에게 보낸 엽서화 4점 등 8점이다. 그동안 이중섭의 은지화는 1950년대 초반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번 기증작 중 3점은 1940년대 작품으로 확인돼 은지화 초창기 단계를 볼 수 있다.
미술관은 ‘이건희 컬렉션’과 함께 김기창(1914~2001), 남관(1911~1990), 백영수(1922~2018), 서세옥(1929~2020), 천경자(1924~2015), 최영림(1916~1985), 황유엽(1916~2010) 작품을 함께 전시해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