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리포트] 교회를 사유화한 아버지와 아들에게 중독된 교인들에게
발행2021-07-18 13:27:59
수정2021-07-18 13:27:59
사건 하나 기어이 세습을 강행한 김하나 명성교회 목사는 청년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2013년 명성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가 세습금지법을 통과시킨 후, “총회에서 이루어진 세습 금지를 하나님이 주신 시대의 요구로 생각한다”며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것과 다르게 변칙과 술수는 없을 것”이라는 김하나 목사의 말을 당시에도 어떤 이들은 굳게 믿는 모습이었다. 김삼환 목사가 제아무리 김하나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주고 싶어 하더라도, 김하나 목사가 뿌리치고 멀리 선교라도 나가지 않을까, 그래서 한국교회의 희망이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던 사람들이 존재했던 것을 기억한다.
아버지의 물적 지원 아래 공부도 많이 하고 스마트해 보이는 젊은 목사가 안정적인 톤의 목소리로 또박또박 내뱉는 말을 사람들은 신뢰했다. 강동구 명일동 명성교회와 멀지 않은, 경기도 하남시에 새노래명성교회를 분립 개척해 화려한 분가에 나설 때도, 그래도 세습은 아니라는 안도의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들렸다.
명성교회ⓒ뉴스1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다 ‘뻥’이었고, 세습 절차를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하나 목사는 이와 관련해 제대로 된 해명도 없는 모습이다.
교회 세습 항의하며 소송한
거짓말도 물려받은 것 같네요”
그런 모습에 내상이 깊은 교인들도 있지만, 여전히 그를 믿는 교인들도 존재한다. 세습은 했더라도 교인들을 사랑으로 잘 돌보고 말씀을 잘 전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가 김삼환 목사로부터 물려받은 게 명성교회 위임목사직뿐일까? 명성교회 세습이 부의 세습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자명한 일인데, 이 중대한 지점까지도 차치해두고라도 김하나 목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교인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이 지점은 실로 간단치 않아 보인다.
세습과 관련한 직무정지 가처분 재판에서 명성교회가 제출한 사실확인서. 소송을 제기한 정태윤 안수집사가 교회에 출석한 적이 없다면서 소속 교인이 아니라고 명성교회와 김하나 목사측은 주장했다. 히지만, 정 집사는 교회 주보 등 자신의 교회 활동과 관련한 증거를 제출했고, 재판에서 정 집사가 교인이 아니라는 주장은 인정받지 못했다.ⓒ평화나무 제공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명성교회에서 헌신 봉사한 세월이 30년도 넘는 교인을 두고 명성교회 교인이 아니라고 하는 촌극까지 벌였다. 자신의 직무집행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교인을 상대로 싸우면서 법원에 ‘이 사람은 명성교회 교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교구 목사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를 몸소 당한 정태윤 명성교회 안수집사는 이렇게 한탄했다. “김하나 목사가 성직과 부만 세습한 게 아니라, 거짓말도 물려받은 것 같네요”라고.
사건 둘얼마 전 아버지가 담임하는 교회에서 교회 청년들을 미성년 시절부터 길들여 성관계를 가진 김 아무개 목사가 1심 재판에서 7년 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1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보면, 김 목사는 여성들이 미성년이던 시절부터 고민도 들어주고 필요를 채워주면서 점차적으로 스킨십의 수위도 높여갔다. 보수적인 교육을 받아온 여성들이 “혼전순결을 지키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물으면 김 목사는 “성경해석이 시대 흐름에 따라 변했다”는 말까지 해가며 교회를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우는 장소로 삼았다.
피해 여성들의 진술에 따르면, 김 목사는 이 교회의 “세습 꿈나무”였다. 형이 있긴 하지만, 김 목사가 교회를 물려받고 싶어 했다고 한다. 물론 이 꿈은 물거품이 됐지만 사건이 공론화되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꿈이었다.
'여신도 그루밍 성폭행 의혹' 사건 가해자인 인천 모 교회 소속 김 아무개 목사(37)가 지난해 4월 14일 오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A목사는 2010년부터 2018년 2월까지 인천시 부평구 한 교회에서 전도사와 목사로 재직하면서 청년부 여자 교인 4명을 추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목사는 1심에서 7년형을 선고 받고 구속됐다.ⓒ뉴시스
김 목사는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여신도와 관계를 맺어왔는데, 피해 여성들은 그 사실을 처음 알게 됐을 때도 김 목사의 아버지인 김영남 담임 목사를 찾아가 사실을 고해바치지 못하고 사모를 찾았다고 한다. 이유는 김 목사가 아버지에게 맞아 죽을까 봐 걱정했다는 것이다. 이들에겐 김 목사의 아버지인 담임목사에 대한 신뢰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참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미성년자들을 성착취한 아들 목사,
“제가 믿어온 목사가 사실은 가짜였어요”
아버지 목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들 목사 비호에 나섰는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도와온 정혜민 목사가 입은 타격은 실로 컸다. 집안 어른들까지 압박성 전화를 받고, 피해자 편에 섰다는 이유로 어처구니없는 색깔론 공격을 받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또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은 모두 출교·제명 조치됐다.
수십 년간 교회를 함께 일구며 담임목사를 존경해 마지않았던 직분자들은 아버지 목사의 본 모습을 그제야 보게 됐다고 분개하며 치를 떨었다. 성비위 문제를 일으킨 아들도 아들이지만, 믿고 의지했던 담임목사의 이중성으로 인해 느끼는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 보였다.
사건이 공론화된 2018년 당시 이 교회 한 장로가 흐느끼며 했던 말이다. “제가 믿어온 목사가 사실은 가짜였어요.”
아버지의 그늘 아래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며 의식있는 체 했으나, 결국은 세습유혹도 뿌리치지 못하고 거짓까지도 답습한 아들 목사,
아버지의 왕국 같은 교회에서 제멋대로 성적 욕구를 채운 아들을 감싸고 덮기 위해 함께 교회를 일군 교인들도 내친 아버지 목사,
모두 여전히 자신을 추종하는 교인들을 데리고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목회하는 듯하다.
두 사건은 전혀 다른 듯하나,
핵심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 두 사건은 전혀 다른 듯하나, 핵심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교회 사유화’다.
공교회성을 띠는 교회는 절대 특정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없다. 그 목사가 없어서 무너질 교회라면 무너지는 게 맞다. 그 중심에 주님이 계시지 않았다는 방증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런 말도 안 되는 목사들의 사유화에 맹목적으로 따르며, “우리 목사님의 권위는 하나님이 부여했다”며 ‘아닌 것’에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도리어 ‘교회를 무너뜨리는 세력’으로 몰아버리는 비이성적 교인들이 존재한다. 권위적이고 무례한 목사에게 중독된 교인들이다.
당신이 실상 하나님이 안 계시다 믿지만, 그 목사와 경제공동체이거나 어떤 이해관계가 있어 편드는 것이 아니라면 제발 한 번만 스스로에게 묻자.
“왜, 하필 하나님이 쓰시는 사람이 교인에게 거짓말하는 그 목사여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