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골프 세계랭킹 27위 임성재와 55위 김시우가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골프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임성재와 김시우는 29일부터 4일 동안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 동 코스(파 71·7447야드)에서 펼쳐지는 이번 올림픽 남자 골프 경기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다.
1929년 개장한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 동 코스는 일본오픈과 일본여자오픈 등 일본 내에서 권위 있는 대회를 여러 차례 개최한 명문클럽이다.
올림픽에서 골프 경기는 남자부의 경우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회, 여자부는 1900년 프랑스 파리 대회 이후 열리지 않다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남자는 112년 만에, 여자는 116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돌아왔으며 도쿄올림픽에서 2회 연속 열리고 있다.
골프 올림픽 출전은 세계 랭킹 순위로 결정이 된다. 15위 내에 한 나라 선수가 4명 이상일 경우 4명이 출전할 수 있다. 그 이외에는 나라마다 순위에 따라 2명 혹은 1명이 출전할 수 있다. 총 출전 선수는 60명이다. 경기 방식은 1라운드 18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4라운드 72홀을 치른 후 가장 낮은 타수를 기록한 선수 순으로 ‘금·은·동’ 메달 색깔이 결정된다.
그러나 이번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임성재와 김시우는 지난 5년 동안 PGA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꾸준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두 선수 모두 메달 획득에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김시우는 리우올림픽이 열린 직후인 2016년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PGA 투어 첫 우승을 맛본 후, 2017년 5월엔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리고 올해 1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통산 3승을 기록 중이다.
임성재는 2018년 PGA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상금 1위와 올해의 선수와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어 2018-2019 시즌 PGA 투어로 무대를 옮겨 우승은 없었지만 꾸준한 성적을 내며 아시아 국적 선수로는 최초로 PGA 투어 올해의 신인의 뽑혀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임성재는 데뷔 2년 차인 지난해 3월 혼다 클래식에서 PGA 투어 첫 우승을 기록했고, 11월에 열린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는 공동 2위를 차지해 주목 받았다.
세계랭킹으로만 보면 임성재와 김시우가 올림픽 메달 획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국가대표 나서면서 PGA 투어 대회 출전할 때와의 마음가짐이 달라 의외의 결과를 낼 가능성도 크다. 또 이번 대회엔 톱랭커들이 대거 결장해 해볼 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세계랭킹 1위인 욘 람(스페인)과 6위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출전이 불발됐다. 여기에 더스틴 존슨,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 애덤 스콧(호주) 등도 출전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임성재와 김시우는 올림픽 출전에 앞서 PGA 투어와 가진 인터뷰에서 “너무 기쁘고, 정말 기대 된다”고 출전 소감을 밝힌데 이어 “대한민국 대표로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꼭 금메달이나 메달을 꼭 목에 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임성재는 “아직 대한민국 남자 선수가 메달을 딴 적은 없다. 내가 대한민국 남자 선수로서 한 번 골프 종목에서 메달을 따서 기록에 남았으면 정말 좋겠다”면서 “올림픽 출전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 정말 이 기회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게 내 각오”라고 말했다.
김시우는 “어렵게 출전하는 만큼, 의미가 있으려면 메달을 꼭 따야 할 것 같다. 컨디션 조절 잘해서 메달을 꼭 딸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출전하는 만큼 스스로 자세도 낮추면서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생기게 어른스럽게 플레이 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임성재와 김시우는 이달 중순 열린 메이저대회 디 오픈에 불참하며 이번 올림픽 준비에 초점을 맞춰왔다. 23일 일본에 입국한 뒤엔 막바지 현지 적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림픽 메달을 따내면 병역 특례혜택을 통해 외국 투어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이들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PGA 투어에서 8승을 올리고 PGA 투어 챔피언스를 병행학 있는 ‘맏형’ 최경주가 리우 올림픽에 이어 대표팀 감독을 맡아 임성재와 김시우를 지원하고 있다.
임성재와 김시우가 메달 획득을 위해서는 개최국 일본의 자존심인 마스터스 챔피언 마쓰야마 히데키을 비롯해 미국을 대표하는 콜린 모리카와, 잰더 쇼플리, 저스틴 토머스 그리고 로리 매킬로이(아일랜드) 등을 뛰어 넘어야 한다.
임성재는 1라운드(10시 25분)·2라운드(8시 25분)를 모리카와, 매킬로이와 같은 조에 편성돼 사실상 이번 대회 최고의 조에 속했다. 김시우는 세계랭킹 131위 라스무스 호이고르(덴마크), 215위 로맹 랑가스크(프랑스)와 함께 1라운드(10시 3분)·2라운드(8시 3분)를 치른다. 오학열 골프전문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