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발생한 댐 하류 수해 원인 조사 결과가 3일 발표된 가운데 수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기후변화 시대에 걸맞은 ‘댐·하천 통합관리 체계’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사진은 지난해 수해 당시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주택과 축사 지붕에 소들이 올라가 있는 모습. 이 소들은 폭우와 하천 범람으로 물에 떠다니다가 지붕 위로 피신한 뒤 물이 빠진 후에도 내려오지 못하고 있었다. 연합뉴스 지난해 여름 3700억원 규모의 댐 하류 수해 피해는 기록적 폭우와 하천관리 부실, 댐 운영 한계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 천재(天災)이자 인재(人災)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정 기관의 책임으로 규정하긴 어렵다는 의미로, 기후변화 시대에 걸맞은 ‘댐·하천 통합관리 체계’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환경부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해 8월 발생한 댐 하류 수해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수자원학회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이 지난해 12월 28일부터 7개월에 걸쳐 진행했다. 피해지역 주민대표와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가 추천한 전문가도 조사용역 전 과정에 참여해 자문·감독 역할을 했다. 조사결과 섬진강댐, 용담·대청댐, 합천·남강댐 하류 158개 지구에서 8356가구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건수는 2만9304건, 피해액은 3725억원에 달했다. 강우량 예측해도 못 막았을 피해 배덕효 한국수자원학회 회장은 “강수량 예보는 댐 운영 등에 도움이 되는 정도”라며 기록적 폭우를 인지했더라도 홍수 피해를 완벽히 막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역대 최장 기간(54일)의 기록적 폭우를 수해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여름 용담댐의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341㎜로 2004년 태풍 메기(270㎜) 때보다 26% 더 많았다. 섬진강댐 최대 강수량은 346㎜로 과거 최대 강수량(295㎜)보다 17% 더 많은 비가 내렸다. 합천댐의 최대 강수량은 301㎜로 과거에 비가 가장 많이 왔을 때보다 16% 많았다. 하천관리 총체적 부실, 댐 관리는 한계 국토부와 지자체 소관의 하천관리에도 구멍이 뚫렸다. 용담댐 지류에서는 하천 정비 부실로 집중호우 시 홍수피해 저감을 위한 댐의 계획방류 자체가 어려웠고, 하천 제방고 부족 및 구조물 주변의 제방 유실도 확인됐다. 또 용담댐 계획방류량은 200년 빈도지만 하천(금강)의 계획홍수량은 50~100년에 그쳤다. 댐·하천 간 관리 규모 차이로 댐 방류량을 하천에서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의미다. 피해 규모가 큰 섬진강 유역에서도 하천관리 부실이 드러났다. 하천 기본계획에 따른 하천 정비 미시행, 하천 유지관리 미흡 등 문제가 발견됐다. 섬진강댐 하류 하천인 오수천과 서시천의 개수율(하천 정비상황 측정 지표)은 40%를 밑돌았다. 하천 하류의 하도 퇴적(자갈·모래·흙 등이 쌓이는 현상)도 홍수위 상승 원인으로 작용했다. 배수펌프장, 배수문 등 시설물 설치·정비 소홀로 하천 본류의 물이 농경지 등 저지대로 역류해 침수 피해를 키운 흔적도 발견됐다. 합천댐 지류 하천인 낙민천과 상시천의 개수율은 10%에도 못 미쳤다. 댐 운영에는 일부 한계점이 나타났다. 지난해 여름 댐의 운영 수위는 예년 홍수기 초기 수위보다 높게 유지됐고 용담댐은 홍수기 제한 수위를 넘겨 운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용담댐은 이미 지난해 7월 말부터 장마가 종료될 것이라는 기상청의 전망과 댐 하류 지역 레저스포츠 업체가 방류하지 말아 달라고 한 민원으로 인해 수위가 초과 운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댐 관리자는 댐 방류 정보를 규정에 맞게 관계기관(홍수통제소)에 통보했지만 이후 지자체 등이 하류 지역 주민에게 카카오톡·메시지 등으로 통보한 시간이 규정보다 늦었던 사실도 파악됐다. 배 회장은 “법·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댐 준공 당시 계획 방류량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하는 등 이상기후에 따른 여건 변화를 반영해 정비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도 지적했다. 피해 배상은 환경분쟁조정委서 결정 환경부는 “피해지역 주민들에 대한 피해구제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개정된 환경분쟁조정법에는 댐 등 수자원 시설로 인한 홍수 피해를 환경분쟁조정 대상에 포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환경분쟁조정은 복잡한 소송절차 없이 피해를 구제하는 제도다. 이미 유역별 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4개팀·12인으로 구성돼 피해 현황과 규모 등을 파악하고 있다. 수해 지역 17개 시·군 중 합천군과 청주시, 구례군 주민들은 약 1233억원 규모의 환경분쟁조정을 신청했고 나머지 14개 지역도 신청을 준비 중이다. 정부와 관계기관, 지자체 등이 공동으로 배상 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일부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전액 배상을 요구한 사안에 대해 “환경분쟁위에서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종합 검토한 후 합리적인 조정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며 조심스러운 견해를 보였다. 수해원인 조사를 맡은 한국수자원학회는 개선책에 ‘하천관리’ 비중을 크게 실었다. 학회는 “하천의 합류부·협착부, 보·교량 등 취약시설과 퇴적 등 하천의 흐름에 불리한 요소를 전수 조사하고 개선사업을 해야 한다”며 “지자체로 이양된 지방하천 정비 사업을 국고로 전환하는 등 지류 하천의 치수 능력 증대를 위해 국가의 홍수관리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댐·하천 홍수대응 연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항구적인 홍수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주민 입장에서는 수해에 따른 보상·배상이 지체된 측면이 있다”며 “풍수해보험 등을 개선해 국가나 지자체에서 재해 대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분쟁위는 보상과 배상 의미를 구분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최재필 기자 [email protected]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