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사진) 법무부 장관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 중인 수사팀을 겨냥해 ‘이해상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을 구속 기소한 검사에게 김 전 차관 출국 과정의 적법성을 따지게 한 배경을 감안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계에선 이해충돌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박 장관은 14일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면서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에 대해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을 거론하며 이해상충을 언급했다. 그는 “수사팀은 김 전 차관의 뇌물 사건에서 김 전 차관을 피의자로 수사했고, 이번 출국금지에서는 피해자로 놓고 수사를 했다”며 “그것을 법조인들은 대체로 이해상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출근 전 자신의 SNS에 “피의자로 수사, 피해자로 수사, 이것을 이해충돌이라 하는가”라는 글도 올렸다. 이날 발언은 수원지검 수사팀에서 불법 출금 의혹을 수사 중인 이정섭 부장검사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는 2019년 김 전 차관의 성접대·뇌물 수사를 위해 꾸려진 검찰 수사단에서 활동했고, 이 사건 재판 공소 유지를 담당하고 있다. 올해 초엔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사건을 재배당 받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박 장관의 이해충돌 지적이 이 부장검사가 김 전 차관 사건을 재배당 받아 수사한 배경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월 공익제보로 시작된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수사가 재배당된 배경에는 이 부장이 공정하게 사건을 판단할 수 있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판단이 깔려 있었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 성접대·뇌물 수사 사건은 검찰의 ‘제 식구 봐주기’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차관을 구속한 이 부장검사에게 불법출금 사건을 맡겨 보다 엄정하게 처리하도록 기대했다는 게 자연스러운 판단이다. 이해충돌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해충돌이라고 하는 것은 공적인 관점에 있어서 해야 할 일과 사적인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라며 “이번 사안에서 이해충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도 “피의자가 가족이든지 사건이 검사의 사적인 이익과 공적인 부분이 충돌할 경우여야 하는데 어떤 부분을 갖고 이해충돌이라고 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 안팎에선 배당 단계가 아니라 수사 마무리 단계에서 이 같은 문제 제기가 이뤄진 배경을 두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장관이 수원지검 수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발언으로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 외압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수사팀 교체를 암시했다는 해석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팀을 교체하겠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박 장관은 수사팀장 인사를 의미하는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그것과 별개로 고검 검사급 인사는 폭이 클 것”이라고 답했다. 허경구 기자 [email protected]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