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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의 첫 흑인 여주인공… 블라인드 캐스팅 확산-국민일보


지난 27일 런던에서 재개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포스터. '오페라의 유령'은 이번에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으로 흑인 여배우 루시 세인트루이스를 캐스팅했다.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지’ 런던 웨스트엔드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27일(현지시간) 돌아왔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로 공연이 중단된 지 1년 6개월 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 없이 객석을 100% 채웠다. 1986년 초연 이후 34년간 전용극장이었던 허 마제스티 극장에서 재개된 ‘오페라의 유령’은 이번에 처음으로 흑인 여주인공을 내세워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극 중 팬텀과 라울 백작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가수 크리스틴을 연기한 배우는 루시 세인트루이스. 2012년 웨스트엔드에서 데뷔한 세인트루이스는 2015년 흑인이 설립한 미국 최초의 음반회사를 다룬 뮤지컬 ‘모타운’의 웨스트엔드 초연 당시 다이애나 로스 역으로 호평받았다. 이후 2019년 영국 국립오페라의 ‘라만차의 사나이’에서 안토니아 역으로 출연하는 등 여러 작품에서 비중 있는 조연으로 나온 그는 지난 4월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 역으로 캐스팅되며 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그는 내년 2월 예정된 뮤지컬 ‘기네비어’의 콘서트 버전에서 기네비어 왕비로도 캐스팅됐다.
최근 영미 공연계에서 피부 색깔, 즉 인종이나 민족 등과 상관없이 캐스팅하는 ‘컬러 블라인드 캐스팅’이 증가하고 있지만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작품인 ‘오페라의 유령’ 여주인공에 흑인 배우가 출연한 것은 현지에서도 큰 화제다. 앞서 2016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필리핀계 미국인 알리 에월트가 크리스틴 역으로 출연하며 유색인종으로는 첫 기록을 세우긴 했지만, 흑인은 영미권 통틀어 세인트루이스가 처음이다.
세인트루이스는 개막 공연을 앞두고 가디언 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침내 이 자리에 서서 다른 유색 인종 여배우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된 것이 특별하다”면서 “그동안 무대에서 흑인 여성이 아름다움, 힘, 우아함을 보여주면서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역할을 맡긴 어려웠다는 점에서 크리스틴 역할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웨스트엔드에서 배우로 데뷔할 때 ‘라이온킹’ ‘드림걸스’ ‘컬러퍼플’ 등의 흑인 캐릭터로 출연할 것이라고 들었다. 이 작품들은 훌륭하지만 스테레오타입화 된 역할 대신 도전할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오른쪽)가 27일(현지시간) 개막 공연에서 크리스틴 역의 루시 세인트루이스를 격려하고 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 인스타그램
영미권 공연계에서는 21세기 들어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의미로 컬러 블라인드 캐스팅을 확대하는 추세다. 뉴욕 브로드웨이의 경우 지난 2008년 뮤지컬 ‘위키드’의 여주인공 엘파바, 2014년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 2015년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등의 역할을 흑인이 맡은 바 있다.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도 2016년 연극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에서 헤르미온느 역으로 흑인을 캐스팅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런데, 컬러 블라인드 캐스팅을 긍정적으로 보는 관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 배경과 맞지 않는다’ ‘캐릭터와 맞지 않아 몰입할 수 없다’ ‘원작 훼손이다’ 등의 반발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의 헤르미온느 역으로 캐스팅됐던 흑인 여배우 노마 드메즈웨니는 한동안 욕설과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당시 원작자 조앤 K 롤링이 “헤르미온느를 백인으로 특정한 적은 없다”는 지지 트윗을 올리며 일단락이 났다.
하지만 흑인 배우 캐스팅에 대해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원작을 훼손하고 역사성을 무시한다는 비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실례로 지난 2017년 미국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의 작품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에드워드 올비 재단은 연극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라(1962년 작)’가 흑인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을 때 무산시켰다. 1960년대 백인 중산층의 이야기를 다룬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올비는 생전에 자신의 작품 속 캐릭터에 대해 확고한 태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당시 브로드웨이에서 컬러 블라인드 캐스팅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기도 했다.
이번에 ‘오페라의 유령’의 세인트루이스 캐스팅에 대해서도 비난하는 목소리가 꽤 있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세인트루이스는 “그런 반응은 우리가 계속 전진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공연산업은 좀 더 다양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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