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청소원 갑질 당했나"…동료 6명의 진술은 엇갈렸다 sns공유 더보기 머니투데이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A씨의 빈소가 지난 16일 관악생활관에 마련된 모습./사진=정한결 기자. 지난달 26일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울대학교 청소업무 직원 A씨의 죽음을 두고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A씨 유족과 노동조합 측은 명백한 직장 상사의 갑질과 과로로 인해 A씨가 숨졌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대학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갑질 등이 없었다는 등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머니투데이는 최근 A씨가 근무하던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소속 청소업무 직원들을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해 직접 '갑질'이 있었는지 물어봤다. 11명을 접촉했는데 인터뷰에 응한 경우는 6 명이었다. ━ ━ 청소 업무를 맡은 B씨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보기에는 갑질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C팀장은 순박하고 일을 열심히 했을뿐 갑질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밝혔다. B씨에 따르면 C팀장은 청소원들이 제초 업무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자 직접 제초기도 돌렸다. A씨가 숨지기 전날에도 피자와 치킨을 사들고 청소원들을 찾아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B씨는 쪽지시험·복장강요 등에 대해서도 갑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B씨는 "C팀장이 시험 내용도 가르쳐주지 않고 불시에 시험을 본 것은 맞지만 시험 결과가 중요하지 않았다"며 "복장도 '자존심 지키자,' '품격을 높이자'고 해서 입은거지 강압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A씨가 근무하던 925동이 업무가 힘든 곳이라고 인정했다. B씨는" 고인에 대한 산업재해가 인정돼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C팀장이 평소에도 성격이 나빠 갑질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청소원 D씨의 생각도 비슷하다. D 씨는 "쪽지시험 평가에도 안들어가서 대충 봤다"며 "사실 나는 0점을 맞았는데 모멸감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925동의 경우 힘들긴 하지만 할만한 수준으로, 여기 일이 힘들면 다른 직장에서는 못버틴다"고 덧붙였다. 청소원 E씨도 "갑질은 남한테 일을 시키고 본인은 안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C팀장은 항상 자기가 나서서 일을 했다"며 "워낙 부지런하고 깔끔한 사람이라 청결을 요구했고, 근태 관리 등 할 일을 했을 뿐 갑질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925동은 솔직히 일이 힘들어서 나도 근무할 때 여러번 그만둔다고 했다"며 "A씨의 경우 1년 반동안 근무했는데, 이번 팀장이 아닌 전 팀장이 근무지 교체를 안해줘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 같다"고 했다. ━ ━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장철민, 이탄희 의원 등이 1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기숙사 주변에서 지난 달 26일 숨진 채 발견된 50대 여성 청소노동자 A씨가 근무하던 쓰레기 처리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그러나 일부 청소원들은 갑질이 명백했다고 주장한다. 평소 고인과 대화를 자주 나눴다는 F씨는 "회사에서 잘릴까봐 두렵거나 위에 잘보이려는 사람들이 갑질이 없었다는 거짓말을 한다"며 "고인은 평소에도 업무로 힘들어했고, 회의(갑질)를 녹음해 이의제기를 하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F씨에 따르면 서울대 측은 A씨가 숨지기 3~4일 전 청소 실태를 검문한다고 통보했다. A씨는 이를 위해 이른바 '대청소'에 나섰다. 특히 925동의 경우 단순히 쓰레기 뿐만이 아니라 매층마다 청소가 어려운 샤워실·화장실이 있어 청소원들 사이에서 기피장소였는데, 대청소로 인한 과로로 A씨가 숨졌다는 설명이다. F씨는 "A씨는 대청소하면서 손톱으로 오래된 때를 직접 긁어 손목이 아프다고 했다"며 "땀이 줄줄 흘러 람보처럼 머리에 띠를 둘렀는데 내가 너무 안타까워 머리띠 두 개 사준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띠는 샀는데 A씨가 없다"며 "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A씨가 남편이랑 같이 일한다고 서울대로 오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쪽지시험에 대해서는 "대학 측에서 A씨가 만점을 받았다고 했는데 A씨는 내게 '이거 안적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애초에 만점을 받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청소원 G씨도 "갑질이 없다고 말할 수가 있나"며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시험을 보게하고, 사복을 입게 강요하는 것이 갑질이 아니라면 무엇이 갑질인가"라고 했다. G씨는 "업무량이 적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앞서 A씨는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심근경색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등은 A씨를 비롯한 청소업무 직원들이 서울대 측의 과도한 업무 지시와 불합리적인 인사 관리 등 직장 내 갑질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측은 서울대 인권센터에 사건 조사를 의뢰하고 논란이 된 팀장을 다른 업무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