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중앙일보] 임종을 앞두고 유준범씨. 친구들에게 이웃돕기를 부탁하는 유언을 남겼다. 경북 칠곡군 백혈병으로 세상을 등지기 전 한 20대 청년이 친구들에게 이웃돕기를 부탁하는 유언을 남겼다. 이 유언은 이 청년 고향 마을에 전해지면서 '봉사단' 만들기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은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사는 유준범(20) 씨다. 최근 암이 온몸으로 전이돼 마지막을 직감한 그는 자신이 다하지 못한 이웃돕기의 꿈을 적은 유언장을 작성했다. 유씨는 22일 생을 마감했다. 유언장은 그의 누나가 듣고 손으로 옮겨 적었다.
'친구들아!. 모두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나 이제 세상을 떠나 별이 된다. 세상을 떠나면 나는 더는 아프지 않겠지만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플 것 같아 걱정이다. 친구들아! 부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는 내 꿈을 대신 이루어주라. 우리 빛이 되어 다시 만나자. 사랑한다.' 유씨는 어릴 때부터 이웃돕기 활동을 하는 어머니를 보고 자랐다. 그래서 "난 크면 어려운 이웃을 잘 돌보는 사람이 되겠다"고 늘 말했다고 한다. 그는 실제 초등학교 시절부터 스스로 독거노인을 찾아가 돌보는 등 왕성한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러던 중 빈혈 증상이 생겼고, 2017년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초기 백혈병인 '골수이형성이상증후군'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두 차례 항암 치료에 이어 누나의 골수를 이식받았다. 하지만 2019년 다시 또 재발했다.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를 계속했지만, 지난해 5월 다른 부위로 암세포가 전이됐다.
유씨를 치료하기 위해 그의 가족은 살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살던 집을 월세로 바꿨다. 아버지는 막노동과 식당일을 하며 아들의 치료비를 마련했다. 누나는 치료비를 보태기 위해 다니던 대학교를 자퇴했다.
그는 투병 중에도 어려운 이웃을 챙겼다고 한다. 삼성 서울병원 입원 중 소아암 병동을 찾아가 아이들과 그림을 그렸다. 또 2018년부터는 매달 일정액을 백혈병 환우들을 위해 기부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칠곡군에선 그의 이름을 딴 봉사단 모집이 한창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봉사단 모집 글이 게시되는 등 그의 꿈을 응원하고 기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칠곡군 한 공무원은 "가칭 '유준범 봉사단'이 곧 만들어질 것 같다. 군청 공무원들도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유씨의 간절한 바람처럼 지역 사회에 나눔 문화가 더욱 퍼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을 앞둔 유준범씨. 친구들에게 이웃돕기를 부탁하는 유언을 남겼다. 경북 칠곡군 유씨의 어머니 윤경미씨는 “아들을 기억하고 응원해주는 많은 분으로 인해 아들의 마지막이 절대 외롭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유언을 남긴 후 마약성 진통제로 통증을 조절하며 거의 수면 상태에 빠져 있다가 생을 마쳤다. 그의 지인은 "가장 좋아하는 손흥민 선수와 꿈에서 만나 축구를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