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중앙일보] ‘슬기로운 의사생활 2’의 소아외과 안정원(유연석) 조교수와 외과 레지던트 장겨울(신현빈). 일할 때는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이지만 연인으로 거듭나면서 종종 달달한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tvN]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2’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즌 1에서 탄탄한 팬덤을 구축한 덕분에 tvN 드라마 첫 회 최고 시청률(10.0%,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해 5회 12.4%까지 올랐고,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드라마 부문 화제성 조사 결과 역시 4주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의대 99학번 동기 5인방의 활약도 여전하다. 간담췌외과 이익준(조정석), 소아외과 안정원(유연석), 흉부외과 김준완(정경호), 산부인과 양석형(김대명), 신경외과 채송화(전미도) 등 교수진은 24시간 불철주야 율제병원을 지키며 환자들을 돌보고 바쁜 시간을 쪼개 틈틈이 밴드 연습을 진행한다. 그야말로 오늘도 ‘평화로운’ 의사생활인 셈이다. 신현빈·안은진·곽선영·정문성·하윤경 등 시즌 2 접어들면서 조연 캐릭터 더 돋보여 러브라인 외에도 브로맨스 등 다양한 조합 예능서 다진 눈썰미·깐깐한 오디션 시너지 시즌 2에 접어들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 ‘99즈’ 못지않게 잘 보이는 ‘5인방’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극 중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안정원과 외과 레지던트 장겨울(신현빈), 김준완과 육군 소령 이익순(곽선영) 외에도 남다른 ‘케미’를 선보이는 조합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산부인과 레지던트 추민하(안은진)는 양석형 곁에 딱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른 채 질문 공세를 퍼붓고, 흉부외과 레지던트 도재학(정문성)은 까칠하기 그지없는 김준완을 쥐락펴락하는 영혼의 단짝이다. 거기에 시즌 1을 끝으로 하차한 안치홍(김준한)의 빈자리가 무색하게 채송화 곁을 지키는 신경외과 레지던트 허선빈(하윤경)까지 누구 하나 빠지는 사람 없이 탄탄한 연기를 선보인다.
“과하지 않은 표현, 시청자들 공감 사” 산부인과 조교수 양석형(김대명)에게 연일 질문 공세를 퍼붓던 레지던트 추민하(안은진)은 “딱 다섯 번만 고백하겠다”며 선전포고했다. [사진 tvN] 신경외과 부교수 채송화(전미도)의 단짝으로 거듭난 레지던트 허선빈(하윤경). [사진 tvN] 시즌 1보다 환자 에피소드가 늘어난 점도 이들이 돋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이미 99즈 캐릭터에 대한 파악은 어느 정도 끝났기 때문에 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의료진이 보일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난 것. 특히 외과의 유일한 레지던트인 장겨울은 가장 바쁘게 움직인다.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후에도 종종 병원을 찾는 엄마의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하고, 아내에게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을 직접 막아내기도 하면서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성장통을 겪는다. 추민하 역시 여우 같은 동기 대신 온갖 일을 떠맡았지만 덕분에 더 많이 배우고 많은 것을 깨우친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연애 때문에 일을 미뤄놓는 대신 자기 일을 묵묵히 해내고 겉모습보다는 내면에 신경 쓰면서 과하지 않게 표현한 덕분에 시청자들의 더 큰 공감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깐깐하기로 유명한 오디션이 낳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시리즈 이후 본격적인 시즌제 드라마에 도전한 이들은 “주위에서 실제로 볼 수 있을 것 같은 리얼리티에 기반을 두되 설령 판타지일지언정 좋은 사람들의 집합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지론을 가지고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 조정석ㆍ유연석 등의 연이은 추천에 힘입어 드라마 경험이 전무한 뮤지컬 배우 출신 전미도를 99즈 홍일점으로 발탁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고,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유대위 형으로 출연한 정문성은 이미 아는 배우인데도 다시 미팅을 진행했다. 전작에서 보여준 무게감 있고 진중한 모습이 아닌 이번 작품에 필요한 진지와 코믹을 오가는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뮤지컬 출신 배우들 탄력성 높아 인기” 흉부외과 돌아이로 통하는 부교수 김준완(정경호)이지만 치프 레지던트 도재학(정문성) 앞에서만큼은 종종 약한 모습을 보인다. [사진 tvN] 율제병원 핵인싸인 간담췌외과 조교수 이익준(조정석)의 동생인 육군 소령 이익순(곽선영). 영국 연수를 떠나 김준완과 장거리 연애 중 갑작스러운 이별을 고했다. [사진 tvN] 새로운 얼굴을 찾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던 배우들이 대거 유입되기도 했다. 각각 2006년 ‘달고나’와 2012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데뷔한 곽선영과 안은진은 뮤지컬에서 주로 활동한 반면, 신현빈은 2010년 ‘방가? 방가!’로 데뷔 이후 독립 영화에서 활약해왔다. 2015년 연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로 데뷔한 하윤경은 오디션 때까지만 해도 홀로 활동하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소속사(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기도 했다.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원종원 교수는 “영상은 클로즈업이 가능하지만 무대는 전체를 보여주기 때문에 연출 입장에서는 더 다양한 그림을 구현하고 상상할 수 있어서 이들을 향한 러브콜이 늘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뮤지컬 배우는 노래ㆍ춤ㆍ연기를 동시에 소화해야 해서 다재다능할뿐더러 상황에 따른 탄력성도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이 예능 출신이다 보니 캐릭터를 만드는 능력이 남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2005년 KBS2 ‘해피선데이-여걸식스’로 처음 호흡을 맞춘 만큼 실제 출연진의 성격을 관찰하고 이를 토대로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능하다는 얘기다. 유튜브 채널 ‘십오야’를 통해 공개되고 있는 ‘슬기로운 하드털이’ 등 비하인드 영상에서도 “누가 이익준이고 누가 조정석인지 모르겠다”며 캐릭터와 배우의 혼연일체를 언급하는 댓글이 눈에 띈다.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시트콤은 이야기의 플롯보다 캐릭터로 움직이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예능 출신 제작진의 강점이 잘 녹아든 것 같다”며 “비슷한 에피소드가 반복되다 보면 상투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데 새로운 캐릭터들이 이를 환기하면서 긴장감을 주는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다”고 평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