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중앙일보] “그래서? 죽는단 얘기인가요?” 모른다. 나는 모른다. 의사지만 나는 모른다. 죽을 수도 있다고 했지 죽는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가능성을 얘기했지 확정된 미래를 예언한 게 아니다. 나는 의사이지 점쟁이가 아니다. 내가 한 걸음 물러서면 보호자는 두 걸음 들어온다. 그럴 땐? 당연히 한 걸음 더 물러선다. 환자는 늘 확실한 답을 원한다. 일도양단. 명확하게 절단된 결과를 듣고자 한다. 살리면 고맙고 못 살려도 원망하지 않을 테니 속 시원히 말해달라 한다.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테니 숨김없이 말해달라 한다. 엉거주춤 경계에 걸치지 말고.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전문가답게. 프로답게.
의사 앞의 환자는 죽을지 살지 모르는 존재다. 삶과 죽음이 중첩된 존재. 그게 환자다.[사진 B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