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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윤석열 씨, 위안부 문제를 ‘그랜드 바겐’ 한다고요?
발행2021-07-05 09:02:51
수정2021-07-05 09:02:51
주요 대권 주자들이 연이어 출마 선언을 하면서 ‘슈퍼 위크’로 불렸던 지난주,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유력 대권 주자 중 한 명이 됐으니 지금부터는 혹독한 검증이 뒤따를 것이다.
벌써 쥴리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그의 장모가 법정 구속되는 일까지 터졌다. 나는 정치나 법 분야의 문외한이어서 이에 대해 뭐라 언급할 역량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오랜 민주적 역량을 축적해온 한국 사회가 이런 의혹들에 대해 부족함 없이 철저한 검증을 펼칠 것이라 나는 믿는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지난주 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린 그의 회견에서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대목이 하나 있었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 방안을 묻는 대목에서 나온 그의 ‘그랜드 바겐’ 발언이 그것이다.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이라고? 설마 2009년 전직 대통령 이명박이 대북 정책이랍시고 내놓았던 그 그랜드 바겐을 말하는 건가? 한 번에 빅딜 방식으로 줄 것을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그 일괄타결 정책?
사회적으로 그랜드 바겐이란 용어는 이렇게 해석되는 것밖에 없으니 아마 윤 전 총장의 발언 의도도 이게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은 위안부 문제를 바겐 대상으로 본다는 이야기 아닌가? 이 대목에서 나는 ‘이 사람이 진짜 돌았나?’ 싶었다.
위안부 문제를 그랜드 바겐 하겠다는 황당한 발상
그의 진의를 살피기 위해 문제의 발언을 정확히 살펴보자. 한일관계 개선 방안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 정부가 정권 말기에 이걸 어떻게든 수습해보려고 하는데 이젠 잘 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역사를 정확하게 기억하기 위해서 그 진상을 명확히 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한일 관계는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서는 실용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한일 안보협력, 경제·무역 문제, 이런 현안들을 전부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랜드 바겐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선 이 발언이 얼마나 코미디인지부터 살펴보자. 지금 한일 관계의 큰 과제는 과거와 미래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즉 과거 역사의 진실을 제대로 묻는 것과, 두 나라가 어떻게 미래로 함께 나아갈 것인가로 구성돼 있다는 이야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기자회견을 한 뒤,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나서고 있다. 2021.06.29ⓒ김철수 기자
문제는 이 두 가지가 “자장면을 먹느냐, 짬뽕을 먹느냐?”와 같이 하나를 선택하고 하나를 버릴 동떨어진 사안이 아니라는 데 있다. 왜냐하면 이 둘은 인과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이 함께 미래로 나아가려면, 잘못을 저지른 자가 과거를 먼저 반성해야 한다. 만약 상대가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다면 그는 미래에도 그 과거의 잘못을 다시 저지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원인이 해소되지 않았는데 결과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런 자들과 어찌 미래를 함께 한다는 말인가?
그래서 일본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에 집중하자”는 말은 한 마디로 멍멍이 소리다. 일본 우파들이 주로 이런 이야기를 지껄이는데, 이 말 자체가 그들은 우리와 미래를 함께 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윤 전 총장은
“역사를 정확하게 기억하기 위해서 그 진상을 명확히 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한일 관계는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서는 실용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관계”라고 정의했다. 이게 말이냐, 장으로부터 항문을 통해 빠져 나오는 가스냐?
과거사의 진상을 명확히 해야 하는 문제가 실존한다면, 상대가 과거사의 진상을 명확히 안 하고 버티는 한 그 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가 없는 거다. 반대로 “우리 둘은 무조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해요”라고 주장하려면 “상대가 과거사의 진상을 명확히 안 해도 괜찮아요”라고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 윤 전 총장의 생각은 어느 쪽인가? 그러니까 상대가 과거사의 진상을 명확히 해도 된다는 건가 안 된다는 건가?
윤 총장의 진심은 과거를 팔아먹자는 것
이 궁금증에 대해 윤 전 총장은 다음 발언에서 자신의 생각을 보다 분명히 한다. 문제의 그 그랜드 바겐 발언이 그것이다. 그는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한일 안보협력, 경제·무역 문제, 이런 현안들을 전부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랜드 바겐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랜드 바겐이란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일괄타결 방식을 말한다.
이 관점에서 그의 발언을 해석해보면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를 일본에 내어주고, 한일 안보협력과 경제·무역 분야에서 일본으로부터 얻을 것은 얻어야 한다”는 뜻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저 넷을 그랜드 바겐 대상에 올리는 순간, 일본이 받기를 원하는 것은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째, 내가 이 발언이 진짜 역겨웠던 이유는, 댁이 뭔데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를 일본에 내어주고 말고 하느냐는 거다.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가 윤석열 당신 개인 소장품이냐? 당근마켓에 막 팔아도 되는 물건이냐고?
아무리 유력 대권 주자여도 이따위 발언을 마구잡이로 할 권리가 생기는 게 아니다. 누가 윤석열 전 총장에게 지금도 살아서 고통 받는 수많은 이 땅의 어머니, 아버지들의 고통을 팔아먹을 권리를 줬단 말인가? 그것도 그랜드 바겐이라는 처참한 용어를 써가면서 말이다.
한일무역 분쟁 2년, 그 평가도 보지 못했나?
둘째, 윤 전 총장이 한일 무역분쟁 이후 한국이 경제와 안보 면에서 심각한 손해를 입었다고 확신하는 대목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한일 안보협력, 경제·무역 문제를 그랜드 바겐 대상으로 삼자고 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일 무역분쟁이 시작된 지 꼭 2년이 지난 지금, 그 결과가 어떤지 윤 전 총장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모양이다. 이건 나의 개인적 평가가 아니라 진보·보수 언론을 막론한 일치된 평가이기도 하다. 심지어 일본 언론도 이렇게 평가한다. 평가의 핵심은 일본은 망했고, 한국은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자주적 경제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지난주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100대 핵심품목에 대한 대일 의존도는 무역분쟁 이전 31.4%에서 분쟁 이후 24.9%로 약 6.5%포인트 줄어들었다. 극심한 대일 무역적자로 고생했던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시가총액 1조 원 이상의 기업 숫자는 기존 13개에서 31개로 늘었다.
일본이 수출 규제 대상으로 삼았던 불화수소의 대일 의존도는 6분의 1로 줄었고, 포토레지스트의 의존도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그래서 보수 성향이 짙은 한국경제신문조차 2일 ‘보복은커녕 역풍 맞은 日, 수출규제 2년, 한국이 이겼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그러면 윤 전 총장은 답해보라. 지난 2년 동안 경제적으로 뭐가 문제였다는 건가? 나는 죽어도 위안부나 강제징용 문제를 그랜드 바겐 대상에 올리는 것에 반대하겠지만, 그따위 처참한 제안을 하려면 경제적으로 우리가 어떤 손해를 봤는지 설명부터 해야 할 것 아닌가?
안보 문제도 마찬가지다. 무역분쟁의 시비를 먼저 건 쪽이 일본이었다. 이 일본의 억지 덕에 지난 2년 동안 한일 안보 협력에 균열이 생겼다. 알겠다. 잘 알겠다고.
그래서 뭐가 문제였다는 거냐? 지난 2년 동안 한국 안보에 무슨 심각한 문제라도 생겼나? 뭐가 문제인지 말을 해야 뭘 팔아먹어도 팔아먹을 텐데, 문제도 제대로 설명 안 하면서 팔아먹자는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으면 뭘 어쩌자는 건가? 대통령이 당근마켓 영업부장이 아니지 않나?
뭐가 실용인가?
셋째, 그가 대놓고 주장하는 ‘실용’이라는 말이 외교적으로 얼마나 한심한 어법인지에 관한 대목이다. 일본과의 외교에서 이 실용을 좋아한 대표적 인물이 이명박이었다. 그래서 일국의 대통령이 무려 삼일절(2008년)에 “일본과의 과거사는 잊고 미래로 나아가자” 뭐 이따위 연설(이라고 쓰고 ‘난동’이라고 읽어야 함)을 한 것 아니겠나?
그런데 말이다. 실용이란 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느냐의 문제다. 강한 협상력이 있어야 실용적으로 뭘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생각해보라.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자가, 외교를 시작하기도 전에 “우리는 일본과 실용 할 거예요. 과거는 잊고 미래로 나아갈 거예요” 이러고 앉아있는 게 정상이냐? 만약 윤석열 전 총장이 대통령이 돼서 일본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고 가정해보자. 저따위 발언을 후보 시절부터 줄줄 흘렸던 자가 협상 테이블에서 무슨 협상력을 가질 수 있겠나?
협상이란 힘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다. 그래서 그 어떤 협상가도 처음부터 “우리가 먼저 물러설게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진짜 일본과의 관계에서 실용을 원한다면 “나는 일본과 맞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력하게 선언하고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야 한다. 그래야 ‘실용적으로’ 뭔가 하나를 더 얻어도 얻는 거다.
미국을 대표하는 협상 전문가로 카터와 레이건 대통령 시절 테러리스트 협상 자문을 맡았던 허브 코헨(Herb Cohen)은 “내가 보유한 패(정보)를 최대한 비밀로 유지해야 한다. 상대방의 패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모른다면 최소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라도 숨겨야 협상을 대등하게 이끌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협상에서 내어줄 게 있고 받고 싶은 게 있더라도 그걸 최대한 오래 숨겨야 협상에서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내 정보를 숨기기는커녕 제 멋대로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를 쇼핑 카트에 넣어놓고 “어이쿠 일본 나으리. 이건 언제든지 가져가세요. 우리는 언제든지 이딴 거 내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이러고 있다. 이게 무슨 실용이냐? 그냥 멍청한 거지.
윤 전 총장이 외교와 경제를 고시공부 하듯 벼락치기 했다던데 그 결과가 고작 이거냐? 천박한 역사인식에 실용을 쌈 싸먹은 경제적 무식함이 겹쳐지니 이런 황당한 발언이 나온다. 잘 하면(!) 몇 년 안에 태극기 부대들이 태극기 대신 일장기를 들고 광화문에서 “실용 만세!”를 외치는 날이 멀지 않았겠다.
이런 처참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따위 천박한 인식을 가진 자가 정치판에서 더 이상 설치게 해서는 안 된다. 윤 전 총장, 당신은 위안부 및 강제징용 문제를 그랜드 바겐 대상에 올려놓은 그 한 가지 인식만으로도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될 자격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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