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기준선 100을 넘으며 5개월 연속 긍정적인 경기전망을 유지하던 기업경기실사지수가, 8월에 기준선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돼 기업경기 회복세에 제동이 걸린 모습을 보였다. 원자재 가격과 해상운임 상승이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맞물려 기업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9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8월 종합경기 BSI 전망치는 전월대비 7.1포인트(p) 감소한 95.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BSI가 기준치 100 보다 높으면 긍정, 낮으면 부정적 경기 전망을 의미한다.
7월 종합경기 실적치 또한 전월 대비 7.1p 줄어든 99.1을 기록해, 4개월만에 기준선 아래로 하락했다.
부문별 8월 전망치를 보면 ▲내수 93.7 ▲수출 95.4 ▲투자 100.6 ▲고용 104.6 ▲자금사정 99.7 ▲채산성 93.4 ▲재고 98.3 등이었다. 이 중 내수, 수출, 자금사정, 채산성 4개 부문에서 기준선을 하회하며 부정 전망이 우세했다. 투자, 고용, 재고부문은 호조 전망을 보였지만, 투자와 고용은 7월 전망(각각 102.3, 105.7)에 비해 소폭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제조업(94.0)과 비제조업(96.7) 모두 8월 전망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델타변이 발 4차 대유행이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기업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풀이했다.
특히 비제조업은 계절수요 증가로 인한 전기·가스·수도 업종의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도·소매, 여가·숙박 및 외식, 항공운송 등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전망치가 대폭 하락하면서, 1개월 만에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
한편, 국제 원자재 가격 및 해상 운임비의 상승세가 7월에도 지속되면서 경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8월 수출 전망 악화 요인으로 비용 상승에 따른 수출가격 경쟁력 하락”을 꼽았다. 이어 “최근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소비시장의 코로나 재확산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우리 기업의 수출에도 큰 타격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원자재·운임비 상승에 따른 공급쇼크와 코로나 재확산이 맞물리면서, 물가상승을 동반한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 실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 요인을 흡수할 수 있도록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면서, “백신접종률 제고를 통한 내수 진작은 물론 기업의 투자 및 고용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철중 기자 cj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