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 증가속도가 임금근로자 증가속도를 크게 앞질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고용의 질적 수준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1일 통계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0~2020년까지 생산가능인구(15~64세) 기준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 연평균 증가율은 3.6%로, 전체 임금근로자 연평균 증가율(1.3%)보다 2.8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는 2010년 77만2000명에서 2015년 85만3000명으로 증가했다가 2016년 79만8000명으로 감소한 후 2017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전환해 2020년 110만4000명까지 크게 증가했다.
한경연은 “2017년 이후 최저임금 급증 등 인건비 부담 가중, 경기불황에 따른 고용여력 악화 등으로 인해 시간제근로가 증가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임금근로자는 전년대비 25만8000명 줄었음에도,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는 3000명 늘어나 서민 고통이 컸었다”고 덧붙였다.
연령대별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 추이를 보면, 50대 이상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50대 이상은 2010년 23만8000명에서 2020년 48만7000명으로 연평균 7.4%씩 늘어나 최고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어 청년층(15~29세)이 20만3000명에서 30만9000명으로 연평균 4.3%씩 증가했고, 30대는 11만6000명에서 12만5000명으로 연평균 0.8%씩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40대는 21만5000명에서 18만3000명으로 연평균 1.6%씩 감소했다.
한경연은 “청년들은 극심한 취업난으로, 50대는 조기퇴직·희망퇴직 등으로 인해 원치 않는 시간제 근로로 내몰리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 10명 중 6명(63.8%)은 당장의 수입이 필요해 일자리를 구한 ‘생계형’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비자발적 사유별 시간제근로자 비중을 보면, ‘생활비 등 당장의 수입이 필요함’이 2010년 58.7%에서 2020년 63.8%로 5.1%포인트(p) 올라 가장 크게 늘어났다. 다음으로는 ‘원하는 분야 또는 경력에 맞는 일자리 없음’이 15.1%에서 18.5%로 3.4%p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학업·취업준비 병행’ 및 ‘육아·가사 병행’은 각각 3.7%p, 3.1%p 감소했다.
생계형 시간제근로자 추이를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청년층(15~29세)이 2010년 5만7000명에서 2020년 15만4000명으로 연평균 10.4%씩 늘어나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뒤이어 50대 이상이 18만2000명에서 37만5000명으로 연평균 7.5%씩 늘었다. 30대와 40대는 각각 연평균 0.9%, 2.4%씩 줄었다.
한경연은 “10년간 청년층에서 생계형 시간제근로자가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는데, 이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구직기간이 길어지면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충당하는 청년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했다.
한경연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2020년 기준 전체 시간제근로자 중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 비중은 한국이 49.3%로, 이탈리아(64.5%), 그리스(62.0%), 스페인(51.9%)에 이어 OECD 33개국 중 4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해외 주요 국가들은 육아·학업 병행, 자기계발 등 자발적 이유로 시간제근로를 활용하는 반면, 한국은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시간제근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10년간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가 급증했다는 것은 그만큼 구직자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충분치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공공일자리 확대 중심의 정책보다는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기업규제 완화, 고용유연성 확대 등으로 민간의 고용여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철중 기자 cj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