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고급스러운 향기가 고객들을 자극한다. 이 향기는 고객들에게 편안함과 여행의 설레임을 주고, 추후 이와 비슷한 향을 맡았다면 여행의 좋은 추억도 생각나게 한다.
최근 여름 휴가 시즌이 다가오면서 국내 특급호텔들이 다양한 호캉스 패키지와 함께 자체 제작한 ‘시그니처 향’으로 소비자을 유혹하고 있다. 각 호텔만의 유니크한 향을 자체 개발해 공간 뿐 아닌 호텔 향이 담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9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프리미엄 향수시장은 2010년 2억4710만달러(한화 약 2758억원)에서 지난해 4억9080만달러(한화 약 5477억원)로, 10년 사이 2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후각은 다른 감각기관과 달리 감정과 추억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음악과 조명 등과 같이 ‘향기 마케팅’이 활용되고 있다.
이에 여행이 쉽지 않은 코로나시대 각 호텔들이 시장 공략을 위해 ‘향기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시그니엘과 소공동 롯데호텔 등에 조향 업체인 센트온과 나무와 꽃향이 중심인 ‘워크 인 더 우드’ 향수를 개발, 사용 중이다. 은은한 나무향과 청량한 과실향, 향긋한 꽃내음이 어우러진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향으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특징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더 플라자는 국내 특급호텔 최초로 호텔 콘셉트인 ‘럭셔리 부티크 호텔’에 알맞은 시그니처 향을 개발해 호텔 전 지역, 직원 향수 등으로 사용. 호텔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일관된 향을 제공하고 있다.
2010년 전면 리모델링 당시 호텔의 인테리어는 물론 외관, 유니폼, 로고까지 디자인한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귀도 치옴피가 서울의 역사와 현재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더 플라자만의 장점을 살려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유칼립투스 향을 구성 및 제안해 호텔 전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고객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는 프랑스 출신의 펜할리곤스(Penhaligon’s),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tin Margiela) 등의 향수를 탄생시킨 세계적 조향사 알리에노르 마스네와 손잡고 장미향이 감도는 시그니처 향수를 개발했다. 해당 향은 로비를 포함한 호텔 전 층에 뿌려져 호텔을 방문하는 고객이 바로 맡아볼 수 있다.
파라다이스호텔 역시 유명 조향회사인 에어아로마(Air Aroma)와 ‘센트 오브 파라다이스’ 시리즈를 개발해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와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등에 사용하고 있다. 또한 ‘시트러스 스파이시 우디’ 등 대표 향의 방향제는 파라다이스호텔 기념품점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서울 남산에 위치한 도심 속 리조트 반얀트리 브랜드는 자체 제작한 플로럴 계열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타이차마나드(Thai Chamanard)’라는 고유의 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얏트 체인의 라이프스타일 호텔 안다즈 서울 강남도 국내 코스메틱 브랜 ‘탬버린즈’와 협업을 통해 쑥 떡을 만들 때 풍겨지는 은은한 향을 모티브로 메인 항료인 ‘개똥쑥’에 ‘앰버’와 ‘솔잎향’을 가미한 ‘안다즈 서울 강남’의 시그니처 향 ‘854’를 개발했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은 인테리어 컨셉과 품격에 부합하는 럭셔리한 향을 전문가들과 함께 자체적으로 개발해 봄, 여름에는 달콤한 무화과와 청량한 삼나무 향이 아로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우디머스크 향 ‘Inspiring’을, 가을, 겨울에는 부드러운 플라워 향과 산뜻한 나무 향에 스파이시 노트가 세련되게 어우러진 플로럴머스크 향 ‘Enriching’을 호텔의 시그니처 향으로 분사해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만의 시그니처 향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자사만의 유니크한 향으로 호텔 방문 고객의 감성을 채우기 위해 특급 호텔가에서 자체적인 시그니처 향을 개발할 뿐 아니라 호텔 향이 담긴 다양한 어메니티를 출시해 고객에게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라며 “최근에는 호텔의 향을 원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어메니티 제품은 물론 디퓨저나 향수로도 판매하고, 재방률을 높이는 효과까지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길모 기자 yg10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