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상륭의 4주기를 맞아 ‘박상륭 전집’이 출간됐다. 난해하고 장대한 작품 세계로 유명하며 한국문학의 높은 봉우리로 불리는 박상륭 작품들이 온전히 정리된 것이다.
현재 한국어 단행본으로 유통되는 박상륭의 작품은 품절된 책을 포함해 10책(13권)이다. 중·단편 소설집은 데뷔작 ‘아겔다마’를 비롯해 ‘열명길’ ‘평심’ ‘잠의 열매를 매단 나무는 뿌리로 꿈을 꾼다’ ‘소설법’이며, 장편소설은 대표작으로 꼽히는 ‘죽음의 한 연구’를 비롯해 ‘칠조어론’(1∼4) ‘신을 죽인 자의 행로는 쓸쓸했도다’ ‘잡설품’이다. 그리고 산문집 ‘산해기’가 있다.
국수 출판사가 유가족의 제안으로 시작해 2년의 시간을 들여 편집한 ‘박상륭 전집’은 네 권으로 구성됐다. ‘중·단편’ ‘장편·산문’ ‘칠조어론’을 각각 한 권으로 묶었고 각 소설의 주석과 단행본에 포함된 작가 서문과 후기, 연보 등을 모은 ‘주석과 바깥 글’을 따로 1권으로 정리했다.
전집에 담긴 작품 분량은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2만3875매에 달한다. 소설책 한 권 원고가 통상 1200매라면 20권 분량이 되는 셈이다. 이 방대한 원고를 4권에 나눠 담았다.
전집을 편집한 윤병무 국수 출판사 대표는 “박상륭은 당대에는 가장 고독한 작가였지만 후대에는 가장 오래 불려 나올 작가”라며 “100년이 지나도 그의 작품은 한국문학사에 남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전집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1964년 잡지 ‘사상계’ 추천으로 등단한 박상륭은 69년 간호사였던 부인의 취업이민으로 캐나다로 이주한 후 2017년 7월 1일 향년 77세로 타계하기까지 밴쿠버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문학평론가 김진수는 4권에 수록한 ‘죽음의 한 연구’ 해설에서 “박상륭의 문학은 무엇보다 실험적이고 전위적이었다”며 “‘죽음의 한 연구’는 사유 불가능한 것을 사유하기,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라는 한국문학 초유의 극단적 사유와 언어의 실험이었다”고 평가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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