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분당두산타워. 두산그룹 제공
‘구조조정 모범생’으로 불리는 두산그룹의 자구안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채권단 관리 체제 조기졸업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두산은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이 두산중공업의 단기 유동성 조달을 위해 지난해 6월 산업은행에서 빌린 긴급자금 3조원 중 절반 가량을 상환했다. 지난해 8월 클럽모우CC 매각을 시작으로 두산타워, 두산솔루스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와 연관성이 낮은 사업들을 연이어 매각하고, 유상증자를 진행해 빠르게 자금을 확보한 덕이다. 올해 3분기 안으로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 두산그룹은 약 8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긴급자금 3조원의 대부분을 연내에 상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산은 재무구조 개선 및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지난해부터 주요 계열사 등을 매각하며 두산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일 ㈜두산은 산업차량BG 사업부를 분할해 두산산업차량으로 독립시켰고, 지난 5일 두산밥캣이 두산산업차량을 인수하면서 두산밥캣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두산밥캣은 두산중공업이 사업적·재무적으로 회복할 때까지 두산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도맡게 될 전망이다.
두산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면서 채권단인 산은도 두산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두산그룹은 2022년 내에 긴급자금을 전부 상환할 예정”이라며 “두산그룹은 자산매각과 유상증자 실시 등 재무구조 계선계획을 성실히 이행해 채권단 긴급자금 3조원 중 1조3000억원을 상환하는 등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업계 역시 두산의 빠른 부활을 전망하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두산중공업은 8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추가적인 자산처분 등을 통해 9월 말 만기인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종료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두산이 제공한 담보(두산중공업 지분)도 해지 또는 규모 조정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업계 안팎의 예상대로 채권단 체제를 조기졸업하면 두산의 변화에도 속도가 붙게 될 전망이다.
두산은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를 그대로 맞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만큼 기존 사업인 화력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수소, 가스터빈,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힘을 쏟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해외원전시장 공동진출을 합의하면서 두산그룹의 부활 전망은 더욱 밝아졌다. 두산중공업이 탈원전 여파에도 차세대 원전인 SMR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이어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두산중공업은 2019년 미국 원자력발전 전문회사인 뉴스케일파워와 SMR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런데다 앞서 이 회장이 “두산중공업이 계획에 따라 약속을 이행하는 한 우리는 열심히 도와줄 예정”이란 의사를 밝힌 만큼 산은도 두산의 변화와 도약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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