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산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광주의 한 고등학생이 생전 학교폭력(학폭)에 시달렸음이 뒤늦게 드러났다.
5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11시19분쯤 광주 어등산 팔각정 인근에서 고교생 A군(18)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등산객의 신고로 구조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군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경찰은 A군의 몸에 외상이 없고 타살 정황 등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해 사건 종결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발인 하루 전날 밤 A군의 부모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A군 친구의 부모가 장례식장으로 찾아와 보여준 동영상에 A군이 친구들에게 폭력을 당하는 모습이 담겼기 때문이다. MBN이 이날 공개한 해당 영상에는 A군이 정신을 잃을 때까지 목을 조르는 B군의 모습이 찍혔다.
1년 전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에서 B군은 주변 친구들에게 “(A가) 기절하면 말해 달라”며 A군 목을 졸랐다. A군이 정신을 잃자 B군은 치아를 드러내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주변 친구들도 이 모습을 보며 덩달아 웃었다.
MBN 보도화면 캡처
A군 친구의 부모가 장례식장에까지 와서 이 동영상을 보여준 건 이들 가해자 중 1명이 A군의 운구를 하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족은 “어떤 학부모님이 저희를 만나러 오셔서 동영상을 보여주셨다”며 “목을 조르던 아이 중 하나가 내일 (시신) 운구를 하게 돼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오셨다)”고 MBN에 말했다. 이어 “영상 속 가해 학생이 A군은 맷집이 좋으니까 때려보라면서 (다른 아이들에게) 시켰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유족은 직후 해당 영상을 포함해 경찰에 학교폭력 관련 증거를 제출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7일 해당 학교 학생과 교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