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유난히 인기가 높아진 브람스(왼쪽)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피아졸라. 위키피디아
올여름 클래식계의 주인공은 브람스와 피아졸라다. 7~8월 두 작곡가의 작품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무대가 줄을 잇고 있다.
낭만파 음악의 최전성기에 등장했지만 고전음악을 추구한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는 현대에도 자주 연주되는 작곡가다. 하지만 올해는 그 열풍이 유난히 거세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드라마 ‘브람스를 아시나요?’가 인기를 얻은 후 브람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듯하다. 지난 5월 국립오페라단에서는 스승 로베르트 슈만과 그의 아내인 클라라 슈만 그리고 브람스의 삼각관계를 다룬 창작오페라 ‘브람스’까지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탱고는 19세기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중심으로 발달한 댄스 음악 또는 그에 맞추어 추는 춤을 가리킨다. ‘탱고의 황제’로 불리는 아스토르 피아졸라(1921~1992) 이후 탱고는 춤을 추기 위한 반주 음악에서 감상할 수 있는 예술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뛰어난 반도네온 연주자이자 혁신적인 작곡가였던 피아졸라는 탱고를 클래식과 재즈에 접목, ‘누에보(새로운) 탱고’를 탄생시키며 탱고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아 피아졸라의 곡을 들을 기회가 많아졌다.
먼저 브람스는 7월 1~31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리는 더하우스 콘서트의 여름 축제 ‘줄라이(7월) 페스티벌: 브람스’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더하우스콘서트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박창수 대표가 기획한 콘서트로 가정의 거실 같은 일상적 공간이 음악의 무대가 되고, 연주자와 관객이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2002년 7월 서울 연희동에 있는 박 대표의 집 거실에서 첫 콘서트를 연 이래 지금까지 830여 회의 공연에 4000여 명의 아티스트가 참가했다.
지난해 베토벤에 이어 올해 브람스를 주제로 열리는 줄라이 페스티벌은 브람스의 실내악 전곡과 피아노 작품 전곡 등 브람스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조명한다. 특히 7월 31일 ‘피날레 콘서트’에서는 브람스의 투 피아노 작품과 교향곡 전곡의 투 피아노 편곡 버전을 총 5시간 동안 연주해 주목된다.
페스티벌에는 피아니스트 최희연,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김다미·크리스텔 리, 비올리스트 김상진, 첼리스트 김민지·이정란,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김상윤 등 168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다. 매회 공연은 방역 지침에 따라 30명까지만 입장 가능하며, 모든 공연은 더하우스콘서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실시간 생중계된다.
줄라이 페스티벌에 이어 8월에는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롯데콘서트홀이 지난해 시작한 여름 클래식 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은 올해 8월 13~22일 브람스와 피아졸라를 메인 테마로 정했다. 처음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음악감독 크리스토프 포펜이 2년째 자가격리를 감수하며 진두지휘한다.
먼저 국내 대표 오케스트라들이 13~18일 브람스 교향곡 퍼레이드를 전개한다. 13일 서울시향이 교향곡 1번, 16일 부산시향이 교향곡 2번, 17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교향곡 4번, 18일 인천시향이 교향곡 3번을 들려준다. 한국을 대표하는 실내악단인 노부스콰르텟은 15일 ‘브람스 체임버 뮤직 콘서트’에서 하루 세 차례 공연을 통해 브람스의 실내악 레퍼토리 6곡을 들려주는 미션에 도전한다. 협연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베를린필하모닉 종신단원인 박경민(비올라)과 첼리스트 박유신이 오전 11시 브람스 현악 6중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오후 3시 피아노 5중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은 오후 7시에 클라리넷 5중주에서 각각 호흡을 맞춘다.
브람스에 이어 19~22일 ‘피아졸라 & 그의 유산’이라는 테마로 꾸며질 무대에서는 피아졸라의 대표작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를 비롯하여 ‘교향악 탱고’ ‘리베르 탱고’ ‘망각’ 등이 준비됐다. 19일 성남시향, 20일 노부스 콰르텟, 21일 코리안체임버오케스트라에 이어 22일 서울시향이 나선다. 특히 서울시향은 오보이스트 함경과 함께 모차르트 오보에 협주곡을 연주하며 피아졸라와 그의 음악세계에 영향을 미친 모차르트의 음악까지 선보이며 올해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에 앞서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와 탱고밴드는 7월 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아디오스 피아졸라, 라이브 탱고’를 선보인다. 반도네온은 탱고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악기로 고상지는 반도네온에 매료돼 카이스트를 자퇴하고 아르헨티나 유학까지 다녀온 독특한 프로필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는 반도네온 연주자가 워낙 드물기에 ‘반도네온은 고상지’라고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상지는 올해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무대의 객원 연주자로도 출연중이다. 고상지와 탱고밴드가 중심인 이번 공연에는 아르헨티나 탱고 무용수 2팀이 출연해 특유의 춤도 보여줄 예정이다.
8월 7일에는 현대음악앙상블 소리가 창단 20주년 기념 연주회의 일환으로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 기념 콘서트 ‘위대한 탱고’를 마련했다. 피아졸라의 대표 레퍼토리 ‘위대한 탱고’ ‘망각’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등이 연주될 예정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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