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입력 : 2021-07-20 07:00:00 수정 : 2021-07-20 08: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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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 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민족민주열사묘역(옛 망월묘역)에 잠들어 있는 김남주 시인의 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직 2개월’ 징계에 불복해 “징계를 취소하라”며 낸 행정소송이 19일 처음으로 열렸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 징계를 받았는데, 당시 검사징계위원회는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을 징계 이유로 들었다.
만약 이번 행정소송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가 정당했다’는 판단이 나오면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만큼 이날 재판에 법조계와 정치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과 이정현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은 윤 전 총장을 작심 비판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용석 부장판사)는 이날 윤 전 총장의 징계처분취소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은 이른바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이 작성됐을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해당 문건은 ‘조국·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등 주요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13개 재판부, 판사 37명의 출신학교·주요 판결·세평 등을 담고 있다.
심 지검장은 해당 문건을 “재판에 필요한 게 아니라 언론플레이할 때 쓰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물의야기 법관이라거나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거나 (이렇게) 정치 성향을 분석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사항”이라며 “이게 어떻게 활용되냐면 어떤 유·무죄 판단 나오면 해당 재판부가 ‘이런이런 걸 했다’고 하면서 비난한다. 그럼 재판부의 신뢰성이 확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뉴시스
심 지검장은 최근 1심에서 무죄가 나온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관련 사건도 언급했다. 해당 사건이 대검 감찰부에서 조사되는 것이 적절했는데, 대검 인권부에서 조사하도록 한 윤 전 총장의 지시는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그는 “이 사건 파장이 크고 감찰될 수 있는 사안이라 감찰부에서 조사하고 수사 전환해 강제수사하는게 합리적이고 적절했다고 판단했다”며 “(윤 전 총장의 지시는) 지휘·감독권을 넘어선 일탈, 위법한 지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채널A 사건 자체에 대해서 “항소심에선 어떤 결론이 날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그 당시엔 무죄나 무혐의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고 주장했다.
심 지검장은 증인신문을 마치기 직전 “한 말씀만 하겠다”고 운을 뗀 뒤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그는 “징계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검찰총장의 정치적 동기에 따른 신뢰 훼손”이라며 “검찰총장이 국민으로부터 정말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무원으로서 (도리를) 했는가 봤을 때 총장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증인으로 나온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도 윤 전 총장이 ‘채널A 사건 감싸기’를 했다고 봤다. 그는 “(검찰 고위간부의) 개인적 일탈행위로 특정 방송사의 기자랑 유착했다는 보도였는데 (윤 전 총장이) 인권부에 조사를 지시한 게 이해가 안 됐다”고 했다. 대검 인권부는 강제수사 권한이 없다.
이 부장은 대검에서 사건이 계류돼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도 주장했다. 사건 초반 빠르게 수사에 착수했으면 증거를 찾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취지다. 그는 “채널A와 이 전 기자 압수수색을 했는데 이 전 기자가 이미 핸드폰을 그 무렵 폐기해 깡통 핸드폰과 노트북을 압수해 안타까웠다”며 “골든타임이 지나면 증거가 없어지고 말을 맞추면 수사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이 부장은 법무부 측 신문 마지막에 “사건이 한 면만 수사돼 실체가 정확하게 밝혀지기 어렵다”며 “(한동훈 검사장이) 무고하다고 입장을 피력하고 있으니 (휴대전화 비밀번호 등) 수사에 협조해 정리가 신속히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선 지난해 12월 열린 검사징계위원회 과정에서 제기됐던 ‘절차적 위법’ 논란에 대한 심 지검장의 해명도 있었다. 심 지검장은 지난해 12월10일 열린 1차 검사징계위에서 스스로 회피한 것에 대해 “저 스스로 징계심의위 절차에 참여하는 것이 법률상 문제가 없고 저 스스로 공정성을 해하거나 정의롭게 심리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 건 없다”면서도 “불필요한 논란을 남길 수 없단 생각 하에 회피를 한 것이지 다른 법적이나 문제적인 게 있어서 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심 지검장은 징계위원에서 물러나는 회피 결정을 하기 전 윤 전 총장 측이 기피신청한 징계위원들에 대한 기피 기각 의결에 참여했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선 심 지검장이 의결 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재판이 끝난 뒤 윤 전 총장 측은 심 지검장과 이 부장의 주장을 비판했다. 윤 전 총장 측 변호인은 “이 부장은 이 사건이 이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공모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회유·협박해 어떤 정보를 빼내려는 예단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의사소통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된 것을 방해받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언유착’이 아닌 MBC(채널A 사건 최초 보도)와 권력자들 사이의 ‘권언유착’일 수 있다는 윤 전 총장의 합리적 의심이 부당한 게 아니었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30일 채널A 사건 수사 당시 대검 형사1과장을 지낸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를 증인으로 불러 심리를 속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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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이정현 지검장 “윤석열, 검찰총장 자격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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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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