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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자력갱생, 그 실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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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전환기' 읽기] 북한경제와 남한의 대북정책 (1)
유영구 북한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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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6.29.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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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재는 간혹 정보가 많아서 읽기에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때로는 고정관념을 깨는 시각과 생각의 차이가 독자들에게 부담이 되었을 수 있다. 말미에 와서까지 '정보의 홍수'는 좋지 않을 것 같다.
가벼운 일화로 시작해 △자력갱생 △북한 경제정보의 세계 △'사회주의강국'의 해, 2035년 △군수산업의 민수경제발전 견인 △북한의 '경제전환'과 대북정책 등 다섯 주제를 다루고 본 연재를 마치려고 한다.
Episode 1. 자력갱생
필자는 지난 5월 16일 KBS1라디오 김정환 기자가 진행하는 유튜브방송 38회에 출연했다. 글쓰기와 유튜브방송은 완전히 다른 장르다. 글은 맥락에 따른 호흡 조절이 가능한데 방송은 순발력과 표현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유튜브방송 얘기를 꺼낸 것은 그 방송에서 누구나 의문을 가질 만한 핵심질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기자의 질문은 북한이 자력갱생으로 경제재건에 성공하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외부지원 없이 자력갱생만으로 5개년계획(2021~25년)의 수행이 순조로울 수 있겠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이것은 대다수 독자‧시청자들이 가질 만한 의문이다. 북한경제 전문가라면 누구나 학계의 연구 성과에 토대해 북한의 논리와 정책적 현실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력갱생으로 5개년계획이 성공하기 어렵다면 왜 그런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5개년계획의 성공적 수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면 왜 그런지를 설명해야 한다. 필자는 후자의 입장에 서 있다.
후자를 취하면 상당한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필자의 입론은 북한경제의 '전환기'에 대한 분석에 근거한 것이다. 김 기자의 문제제기에 감사드리면서 자력갱생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자력갱생이 북한의 오랜 정치담론이라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초점은 자력갱생이 오늘 무슨 의미를 갖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자력갱생 하나만 언급하지 않았다. 이민위천(以民爲天)‧일심단결(一心團結)‧자력갱생(自力更生)의 원칙을 함께 언급했다.
이민위천은 인민을 하늘처럼 여긴다는 뜻이다. 이것은 제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 규약에서 '선군' 정치를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로 변경한 것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
일심단결은 최고지도자와 인민, 당과 인민, 당과 군대, 군대와 인민 사이의 단결을 지향한다. 일심단결은 전 사회를 하나의 '사회정치적 생명체'로 여기는 북한사회의 중심사상이다. 사회정치적 생명체는 수령-당-인민대중(군대 포함)의 생명체를 말한다.
북한에서 일심단결은 내부동력의 근간으로 여겨진다. 북한에서는 지금 당의 세도와 관료주의‧부패, 단위특수화와 본위주의 등의 잘못된 관행을 일심단결을 해치는 사회악으로 보고 있다.
자력갱생은 남에게 의지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힘으로 어려운 처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표준국어대사전). 북한에서 말하는 자력갱생에는 세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 사상정신혁명의 측면이다.
이것은 매 역사적 단계에서 수행해온 자력자강의 개척 정신을 계승한 것이다. 이때의 자력갱생은 주체사상과 김일성-김정일주의에서 인간의 본성으로 여기는 '자주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둘째, 자립적 민족경제의 강화라는 측면이다. 이것 역시 계승의 성격이 강하다. 김정은 집권기에 들어와 진화된 점이 보인다. 대외적인 면에서 자립을 강조하던 것에서 알파가 더해졌다. 생산단위들(공장‧기업소와 협동농장 등)과 지방경제 단위들의 '자립성' 확대가 더 중대한 의미를 갖게 됐다. 생산단위와 지방경제 단위의 자립성은 이미 역동성의 초기에 진입한 것 같다. 이것은 경제재건의 동력이 될 것이다.
셋째, 제8차 당대회에서 거듭 강조된 자력갱생의 '재해석'의 측면이다. 당대회에서 국가적인 자력갱생, 계획적인 자력갱생, 과학적인 자력갱생으로의 발전이 강조되었다. 이것은 5개년계획 기간의 핵심방침이다. 그냥 스쳐 지나가서는 진의를 알기 어렵다.
국가적인 자력갱생은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을 재해석한 것이다. 즉 원료‧자재‧설비의 국산화가 초미의 과제라는 것이다. 북한 안에서 중공업‧경공업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생산설비를 제작하고 설비관련 수입은 설비의 5% 이내에서만 하도록 하는 전략적 방침이 수행되고 있다.
계획적인 자력갱생은 '전략적 계획화'와 '계획의 분권화'를 수행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계획경제의 실행단위인 공장‧기업소와 협동농장 등에서 분권화된 계획을 떠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장‧기업소들은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하에서 계획권‧생산조직권‧제품결정권과 가격제정권‧판매권 등을 갖고 있다. '계획권'은 공장‧기업소에 많은 경영권한을 부여한다는 의미다.
공장‧기업소에서 출발해 내각의 국가계획위원회에 도달하는 과정은 기업소관리-가격-화폐금융-재정 시스템이 작동하는 일련의 연속적인 과정이다. 기업소들은 이 과정에서 계획화공간(槓杆), 재정공간, 금융공간, 가격공간(원가‧수익성공간 포함) 등의 경제적 공간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바깥에서 잘 보이지 않는 혁신적인 변화다.
이 과정은 국가경제 전반과 기업소들의 시스템 정비(기구 조절)와 산업구조 조정에 걸친 방대한 변화와 맞물려 있다. 계획적인 자력갱생의 진면목을 알아야 5개년계획의 수행과정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5개년계획의 기본전략은 정비전략‧보강전략과 정리정돈‧재편성이다. 5년 간의 완충기도 이례적이지만 이에 대한 정비‧보강전략은 특별한 전략적 방침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계획적인 자력갱생과 직결된다.
과학적인 자력갱생은 '인민경제의 주체화‧현대화‧정보화‧과학화'의 전략적 노선을 집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주체화는 자력갱생 자체를, 현대화‧정보화‧과학화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한다. 인민경제의 주체화‧현대화‧과학화(3화) 노선은 김일성 주석의 집권 말기에 제시되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집권기간 내내 관통하던 것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에 '정보화'를 추가했다. 이로써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기술(IT) 분야를 더욱 강조하게 됐다. 이처럼 '국가적인, 계획적인, 과학적인' 자력갱생은 전략적 노선과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한 자력갱생으로 경제성장과 인민생활 향상을 이룰 수 있겠는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고, 모자란 점도 있다. 그 가능성은 자력갱생으로 내부의 힘을 총동원한다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내부원천을 염두에 둔 것이다.
모자란 점을 채우려면 자금‧설비 도입, 원자재 수입이 필요할 것이다. 이 과정은 수출 확대를 동반하게 될 것이다. 모자란 점을 채우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완화되거나 해제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모자란 점을 채우고 싶어도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에서 변화가 없는 한 해결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라는 근본문제와 닿아 있다. 북한 자신만의 의지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여러 상대들과의 협상에 착수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관계 개선의 로드맵이 시작되면 북한은 경제성장에 필요한 여건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실용적 접근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있으나, 그 시작단계에서 샅바싸움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치열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제8차 당대회의 에서 강대강‧선대선의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에 대하여 '혁명발전을 가로막는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主敵)'으로 규정하면서 미국을 '제압'하겠다고 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에서 변화가 없으면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단, 실리(實利)가 충분하다면 대미협상‧남북협상에 응할 것이다. 북한은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영변핵시설의 폐기와 대북제재의 완화를 연계시키려고 할 것이다.
북한은 올해 시작한 5개년계획에서 외부의 지원‧협력에 대한 기대는 이미 접었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파탄이 북한에 준 충격은 상당했다. 북한 지도부는 내부의 힘을 가동해 경제를 재건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북한과 외부세계의 인식 차이는 이 지점에 있다. 북한이 내부의 힘을 동원하고자 함에 있어서 무엇에 주안점을 두는지가 관찰의 포인트다.
내부의 힘을 동원하는데 있어서 첫째로 중시하는 것은 사람이다. 능력 있는 경제 간부들의 총동원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제8기 당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 249명 중 경제부문 간부는 84명(33.7%) 이상이다. 내각의 경우 부총리 7명 중 6명이 교체되고 성‧중앙기관 수장이 17명 교체된 것 등에서 총동원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경제 간부 다음으로 과학자‧기술자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지난 20여 년간 '과학기술과 생산의 일체화' 정책 아래 산학연(産學硏) 협력이 강화되어왔다. 이에 따라 생산현장에 뿌리를 내린 과학자‧기술자들이 많다.
그 다음으로는 중앙당‧도당의 고위 간부는 물론이고 시‧군당 간부(책임비서강습회 개최)들과 말단 세포비서(세포비서대회 개최)들을 총동원해 경제 간부들과 과학자‧기술자들을 지원(back-up)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내부의 힘을 동원하는데 있어 둘째로 중시하는 것은 구조이다. 구조와 관련하여 김정은 집권기의 북한은 사업체계와 사업방식의 전환(경제관리 개선), 산업구조 조정(생산력 재배치 등), 계획과 시장의 공존 하에서 계획부문의 강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협동농장 분조관리제 안에서의 포전담당책임제 등)의 지속적인 개선 등에 노력하고 있다. 김정은 당 총비서가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정비전략‧보강전략과 정리정돈‧재편성은 구조 개선을 중점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부의 힘을 동원하는데 있어 셋째로 중시하는 것은 정책이다. 제8차 당대회와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 내각전원회의 확대회의 등에서 정비‧보강전략 등에 필요한 세부 정책이 제시됐다.
5개년계획 기간에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확대하고 인민경제 전반의 생산정상화를 추진하며 농업‧경공업의 발전 등에 나설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정책으로 경제성장과 인민생활 향상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경제정책과 관련하여 또 다른 변화도 눈여겨봐야 한다. 군수산업이 민수경제의 발전을 견인하도록 하기 위한 '담장 낮추기'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이 담장을 낮추는데 있어서 '단위특수화와 본위주의에 대한 전쟁'은 중요하다.
이 전쟁은 이민위천‧일심단결‧자력갱생의 원칙에 의해 합리화‧합법화된다. 김 위원장의 정치리더십에서 이민위천‧일심단결‧자력갱생에 초점을 맞추어 인민의 지지를 획득하려는 자세가 역력하다.
한 마디로 말해 현 시기의 자력갱생은 내부의 힘과 과학기술력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적‧계획적‧과학적 자력갱생이 남한과 미국에 주는 메시지는 간요(簡要)하다. 미국이 대북적대시 정책에서 변화를 보일 때까지, 또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일정한 궤도에 오를 때까지 북한은 자력갱생을 버팀목으로 한 '버티기'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4월 제10차 청년동맹대회까지의 흐름은 '버티기' 전략의 내적 동력을 확보하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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