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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젤 인수전 손 뗀 정유경, 신사업 진출 ‘숨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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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7.19 14:17
‘보톡스 1위’ 휴젤 인수 신성장동력 삼으려 했지만
GS그룹·J&J 뛰어들며 치솟은 수조원대 몸값 부담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포스트 코로나’ 대비 일환으로 추진했던 보툴리눔 톡신 1위 기업 ‘휴젤’ 인수전에서 손을 뗐다. GS그룹 등 대기업과 글로벌 바이오 기업이 연이어 뛰어들며 치솟은 휴젤의 몸값이 부담으로 작용한 탓이다. 정 총괄사장은 잠시 숨을 고른 후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16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 검토 사항으로 휴젤 지분 인수를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휴젤 지분을 인수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백화점, 면세점 등 주력 사업이 주저앉으며 신세계 내부에서는 기존 사업 부문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휴젤 인수도 신성장동력으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야 한다는 정 총괄사장의 판단에서 추진됐다.
업계는 신세계가 휴젤을 인수할 경우 뷰티에서 바이오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기존 사업 분야와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봤다. 특히 휴젤은 브랜드 ‘웰라쥬’(wellage) 브랜드로 고기능 맞춤 케어 화장품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신세계 유통망을 활용한 시장 확대 가능성도 제기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고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면 보톡스, 화장품과 연계해 미용 관광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측도 있었다. 신세계면세점, JW메리어트서울, 오노마와 함께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이점보다는 2조원 후반대로 훌쩍 뛴 인수 가격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가 휴젤 인수를 검토할 당시만 해도 베인캐피탈이 보유한 휴젤 지분 44.4%는 1조2000억원대 수준으로 거론됐지만, 금세 2조원을 훌쩍 넘겼다. GS그룹과 다국적 제약사 존슨앤드존슨, 중국 바이오기업 등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경쟁자들이 휴젤 인수에 관심을 보이면서다.
신세계그룹이 올해 들어 수조원대 인수합병(M&A)을 잇달아 진행한 것도 휴젤 인수 자금 동원력을 낮췄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연초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를 1352억원에 인수하며 M&A 포문을 열었다. 이어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에 나섰고, SSG닷컴은 패션 편집숍 ‘W컨셉’을 265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달에는 3조4404억원을 투입해 이커머스 시장 ‘대어’로 꼽힌 이베이코리아를 거머쥐었다. 반년 만에 M&A에만 4조원을 쏟아부은 것이다.
신세계는 올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4952억원에 불과해 휴젤 지분을 인수하기에는 자금 여력도 부족하다. 사모펀드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형성하면 어느 정도 부담을 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신세계는 인수전에 발을 빼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정 총괄사장은 휴젤 인수를 포기했지만, 신성장동력 발굴 의지가 강한 만큼 새 투자 대상 물색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신세계는 벤처캐피탈(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설립해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를 비롯해 물류, 뷰티, 헬스케어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 9곳에 투자했다. 그룹 사업인 쇼핑·패션·뷰티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선 것이다.
또 형태준 이마트 부사장을 필두로 ‘바이오 TF’까지 새롭게 구성한 만큼 바이오사업에 대한 끈을 놓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후 전반적인 전략을 세워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민지 기자 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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