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 올림픽, 더 해볼 만한 한일전…피곤한 욱일기도 사라진다

무관중 올림픽, 더 해볼 만한 한일전…피곤한 욱일기도 사라진다
도쿄 도내 경기장 무관중 결정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2021-07-09 10:23 송고
2020 도쿄 올림픽은 무관중으로 치러진다. © AFP=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초유의 무관중 올림픽이 결정되면서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역대 최고 성적을 노렸던 일본으로선 홈 이점이 사라졌지만, 다른 나라 선수들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게 됐다.
태극전사들로서도 크게 나쁠 것이 없다. 일본 팬들의 극성스러운 응원을 피하게 됐고 그동안 국제대회마다 선수단 사기에 악영향을 끼쳤던 '욱일기'도 사라진다.
일본 정부, 도쿄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등은 지난 8일 도쿄 도내 경기장에 국내 관중을 수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타 지역 경기장의 관중 수용 여부는 지자체와 협의 후 결정할 예정이지만 이 또한 무관중으로 결정될 공산이 크다.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는데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데다 일본 내 백신 접종률도 낮은 상황이었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오는 8월 22일까지 도쿄도에 긴급사태를 발령하면서 무관중 올림픽은 불가피한 결정이 됐다. 도쿄 올림픽은 23일 개막해 8월 9일 폐막한다.
일찌감치 해외 관중 입장을 불허했던 일본 정부와 대회 조직위는 무관중 올림픽을 결정하면서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당초 경기장별 수용 인원의 50% 이내 혹은 최대 1만명만 수용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이제는 입장권 수입마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CNBC에 따르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약 600만장 티켓을 판매해 12억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일본 체육계는 실망하는 분위기다. 홈 이점을 살려 1964년 도쿄 대회와 1968년 멕시코 대회의 3위를 넘어 역대 최고 성적까지 기대했는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일본 대표로 육상 남자 110m 허들에 참가하는 이즈미야 슌스케는 "감동적인 경기를 직접 보여드릴 수 없게 돼 슬프다"고 아쉬워했다. 이노우에 고세이 일본 남자 유도대표팀 감독도 "(관중의) 응원은 (경기에) 큰 힘이 됐는데 무관중 경기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싸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NBC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경기처럼 TV 중계화면에 관중의 환호 등을 음향으로 넣어 위화감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장에서 무관중 경기를 체감할 선수들로선 낯설 수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선수들은 그동안 만원 관중 앞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훈련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선 정적인 분위기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일본 관중이 욱일기를 들고 응원하자 구장 관계자가 제지를 하고 있다. 2019.11.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무관중 올림픽은 한국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워 시차 적응에 어려움도 없어 가장 유리한 조건인 데다 일본 관중도 없으니 원정의 불리함이 사라졌다.
특히 욱일기 논란도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올림픽 야구 예선을 겸했던 2019 프리미어12 등 최근 국제대회마다 일부 일본 관중은 과거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들고 응원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선수들로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는데 도쿄 올림픽에서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한일전에 임하는 선수들도 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 특히 야구, 축구, 배구는 최근 한일전에서 완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도쿄 올림픽에서 설욕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올림픽 메달 사냥을 위해선 반드시 일본을 넘어야 했는데, 껄끄럽던 일방적 응원이 사라져 한결 수월해졌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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