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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18년부터 북한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동북아시아 정세는 급변했다. '평양 인사이트(insight)'는 따라가기조차 쉽지 않은 빠른 변화의 흐름을 진단하고 '생각할 거리'를 제안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2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김 총비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사건이 발생했다"며 간부들에 '엄중한 질책'을 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북한이 방역과 관련해 '중대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히면서다.
지난달 30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정치국 확대회의 개최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 총비서가 "국가중대사를 맡은 책임 간부들이 세계적인 보건위기에 대비한 국가비상방역전의 장기화의 요구에 따라 조직기구적, 물질적 및 과학기술적대책을 세울 데 대한 당의 중요결정 집행을 태공(태업)함으로써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사건을 발생시켰다"라고 질책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이 일련의 사건의 구체적 내용, 즉 간부들이 무엇을 잘못했으며 그로 인해 어떤 '중대사건'이 발생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가능성이 제기됐고, 소문이 생성됐다. 북한이 그간 한 명도 없다고 밝혔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 가능성 제기와 소문의 전파 방식이 좀 특이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그리고 북한이 숨겨봤자 결국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서 삽시간에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나는 이것이 좀 의아하다. 왜 의아한지 몇 가지 근거를 대보려 한다.
북한은 이번 사안을 김정은 총비서가 주재한 회의에서 다루며, '중대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한 조치로 '간부혁명'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최고위급 간부들을 소환(해임)하는 조치를 취했다. 다시 말해 이미 관련 사안에 대한 조치가 끝났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가 짐작하듯, 북한에 실제 코로나19가 발생했다면 사정상 '한가롭게' 간부들의 인사 조치를 하면서 이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표할만한 여유는 없을 것이다.
매일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방역에 있어 정신적 무장을 주문하고 있는 북한의 사정을 보면, 실제 확진자가 발생했다면 전면적인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우선 최고지도자의 신변 안전 문제부터 챙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물리적 동향은 외부에 감지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7월 남한에서 살던 탈북자 1명이 다시 월북해 개성으로 들어가는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한 북한의 대응을 다시 살펴보는 것도 참고가 된다.
당시 노동신문은 이 사안에 대응하기 위한 정치국의 비상확대회의가 김정은 총비서 주재로 열렸고, 여기에서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또 개성시를 전면 봉쇄했다.
또 월북자의 유입 시점이 '7월19일'이라고 명시하는 등 관련 사안에 매우 기민하고 구체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이번 '중대사건'을 논의한 회의는 '비상'이라는 수식도 붙지 않았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응하는 기민한 조치도 공표되지 않은 채 간부들에 대한 징계와 질책의 내용으로만 가득했다. 아울러 '무엇을 해야 한다'보다는 '무엇을 했다'는 조치들만 나열됐다. 이번 상황은 종결됐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으로 보면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라는 '중대사건'이 일어났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한은 정말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그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수년간 지켜본 북한은 자신들의 상황을 어떤 식으로든 외부로 표출하고 있다. 그리고 상상과 가능성으로 다가가기보다는, 북한에서 내놓는 여러 가지 입장을 잘 해석하는 것이 조금 더 정답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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