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세계로 진출하는 한국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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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제는 카카오와 합병한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10여년 전 일할 때 항상 듣던 말이 있다. 한국의 인터넷 회사들은 해외에서는 맥을 못 추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냐는 말이었다. 사실 그랬다. 뼈 아픈 지적이었다.
일부 게임회사를 제외하고 인터넷 소프트웨어 회사로 해외에서 인정을 받는 한국 회사는 거의 전무했다. 한국 IT(정보통신) 회사가 어떻게 글로벌 공룡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회사들을 상대할까. 다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나부터 그런 '고정관념'에 빠져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세상이 변했다.
처음 성과는 네이버가 냈다. 거의 20년 전부터 꾸준히 일본시장을 두드려 온 네이버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라인'이라는 메신저 서비스를 일본에서 성공시켰다. 이후 라인은 일본의 국민 메신저 서비스가 됐다. 그리고 지금부터 5년 전인 2016년 7월 미국, 일본에서 상장했다.
라인의 성공 이후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이퍼커넥트는 '아자르'라는 동영상 채팅앱을 한국이 아닌 중동과 동남아에서 크게 성공시켰다. 99%의 매출이 해외에서 나온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하이퍼커넥트는 올 초에 미국의 매치그룹에 1조9000억원에 인수됐다.
한국의 웹툰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플랫폼을 타고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미국에서, 카카오의 일본 웹툰 플랫폼인 피코마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유럽, 동남아 등 전세계 곳곳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한국의 웹툰 콘텐츠를 전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개인 오디오 방송 플랫폼인 스푼라디오는 한국, 미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20개국에 6개 언어로 서비스중이다. 매출의 60%를 해외에서 벌어들인다. 특히 일본시장에서의 성장이 눈부시다.
한국의 교육스타트업 메스프레소는 인공지능으로 초중고생의 수학문제 풀이를 도와주는 '콴다' 앱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콴다는 전세계 50개국에서 매달 1000만명의 학생이 사용하는 앱으로 성장했다.
한국에서 화제인 직장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는 사실 미국에서 더 인기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 종사자들도 블라인드로 채용정보를 공유한다.
이 밖에도 한국 창업자들이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창업한 몰로코, 센드버드, 어메이즈VR이나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 진출한 밸런스히어로, 오케이홈, 코드브릭 등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한국 스타트업 사례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10년전과 비교해 무엇이 바뀌었길래 우리 IT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이 이런 변화를 만들어냈을까.
첫 번째 평평해진 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 덕분이다. 이제는 앱스토어를 통하면 전세계 어디나 쉽게 경쟁력 있는 모바일 앱을 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꼭 특정 국가에 지사를 내고 직접 진출하지 않아도 된다.
두 번째 한국 기업과 창업자들의 역량이 높아졌다. 소프트웨어 개발력도 뛰어나고 글로벌 진출 역량도 향상됐다. 해외유학파 인재들이 IT기업과 스타트업에 합류하면서 해외진출이 휠씬 쉬워졌다.
세 번째 스타트업 투자 금액이 늘어났다. 성과를 내는 기업, 스타트업에 수백억, 수천억이 투자되는 시대다. 이 정도 자금력이면 해외의 역량 있는 인재를 확보해 해외진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와 실패를 감내할 수 있다. 네이버가 끈기있게 일본시장을 공략해 라인을 성공시킨 것 같은 사례를 이제는 다른 기업들도 만들어 낼 수 있다.
네 번째로 급속하게 커진 한류의 힘이다. 전 세계인이 케이팝을 즐기고 한국 영화, 드라마, 웹툰을 소비하면서 한국 제품의 해외진출이 휠씬 수월해진 측면이 있다. 세계인이 한국기업, 한국상품에 휠씬 더 호의적이 됐다.
이제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시장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 됐다. 작지 않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도 이제는 일본, 대만 시장 등에 확장하면서 도전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을 기반으로 핀테크 유니콘이 된 토스도 베트남에 진출해서 성장 중이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구글, 알리바바 못지않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