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알아야 성공… 금융권, 미래 ‘큰손’ 유치 경쟁 '후끈'
[연중기획-디지털 금융, 세상을 바꾸다Ⅱ-1] 게임에 메타버스까지 총집결… “금융 판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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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금융사의 디지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비대면 업무의 일상화와 신산업 분야 혁신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디지털화에 나서는 금융사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핀테크 기업과 손잡고 금융권 혁신을 향한 합종연횡도 이뤄진다. 금융사와 핀테크·빅테크 기업이 손잡고 데이터 유통·결합·사업화에 나서며 디지털 혁신 성장을 도모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는 것. 핀테크·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금융지주와 은행·보험사·증권사의 디지털화 현황과 전략을 종합적으로 짚어보는 연중기획을 마련했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금융지주와 은행이 올 하반기 경영전략 핵심 타깃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사람들)를 꼽고 있다. 과거엔 MZ세대가 자산과 소득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돈이 되지 않는 고객으로 치부돼왔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와 주식 등 MZ세대의 투자 열풍이 거세지면서 ‘큰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디지털금융 플랫폼에 익숙하고 금융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는 만큼 금융지주와 은행은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생존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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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회장들은 이달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MZ세대의 중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디지털금융시대 주력인 MZ세대의 수요에 적극 대응해야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다양한 업종에서 과거 영광을 누렸던 거대 기업 중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시장에서 사라진 사례가 많다”며 “디지털 시대의 주역인 MZ세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KB 고유의 강점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늘 혜택·편의·즐거움을 제공하는 넘버원(No.1) 금융플랫폼으로 인정받도록 전 경영진이 결기를 가지고 속도감 있게 실행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에 발맞춰 KB국민은행은 7월1일 직원의 메타버스 활용 경험 확산을 위해 개더(Gather) 플랫폼을 활용한 ‘KB금융타운’을 열었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말한다.
KB금융타운은 ▲금융·비즈센터 ▲재택센터 ▲놀이공간 등 3개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금융·비즈센터엔 영업점과 홍보·채용 상담부스, 대강당, 소셜 공간 등이 자리 잡았다. 재택센터는 재택 근무자와 사무실 근무 직원 사이에 원활한 소통과 협업이 가능하도록 꾸며졌다. 놀이공간은 공원과 미로찾기 게임 등 휴식공간으로 마련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지난 8일 테크그룹 임원들과 부서장들이 참여하는 경영진 회의와 외부업체와의 기술미팅 등을 KB금융타운에서 열었다.
신한금융그룹 역시 MZ세대 중심의 경영전략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최신 트렌드로 무장한 MZ세대 직원이 창의성과 주도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리더가 열린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고 권한과 역할을 재설계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MZ세대와 소통해야 디지털금융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디지털 기업으로 가는 길이 멀게 느껴지지만 공감을 통해 시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금융뿐 아니라 지난해 12월20대 전용 금융 브랜드인 ‘헤이영’(Hey Young)을 선보였다. 올 6월에는 MZ세대를 위한 오프라인 라운지 ‘쏠 라운지’를 별도 개설해 MZ세대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본사 비전홀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열린 2021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속도경영을 강조하고 있다./사진=우리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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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선 금융서비스에 재미를 결합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디지털 채널에 MZ세대의 취향과 생활 패턴을 적극적으로 반영함으로써 기존 틀에서 벗어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과 제휴를 맺고 금융과 게임을 연계한 콘텐츠 개발과 공동 마케팅에 나섰다. 진옥동 행장은 MZ세대를 주 고객으로 보유한 넥슨과의 협력과 미래 신사업 발굴 논의를 위해 판교에 소재한 넥슨 본사에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금융 플랫폼 ‘아이부자’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앱은 자녀와 부모가 각자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하고 모바일로 주고받는 ‘용돈’을 기반으로 금융 활동을 체험하고 부자가 되는 경험을 같이 즐기는 ‘페어-앱’ 기반 플랫폼이다. 딱딱하고 어렵다는 인식이 깔린 금융을 고객 친화적인 형식으로 체험하게 해 금융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의도다. 특히 이 앱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직접 낸 아이디어를 토대로 개발됐다는 후문이다. 이후 넷마블과 손잡고 올해 안에 게임과 자산관리를 접목한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메타버스 공간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오픈한 하나은행./사진=하나은행여기에 은행권은 네이버의 아시아 1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잇따라 입점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제페토에 가상세계 연수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열었으며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제페토에서 MZ세대 직원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은행이 MZ세대 공략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들이 향후 경제활동의 주류로 올라서면 이들을 미리 확보한 금융사가 높은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현재 MZ세대를 꽉 잡고 있는 곳은 토스와 카카오뱅크 등 핀테크업체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금융결제 앱’ 1위는 삼성페이(1146만명), 2위는 토스(796만명), 3위는 카카오뱅크(663만명)였다. 국민·신한·농협은행 등의 모바일뱅킹 앱의 사용자 수는 500만~600만명 초반대에 그쳤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기존 금융권이 게임사와 제휴하는 것은 로열티(충성심)를 확장하기 위함”이라며 “얼마나 많은 고객을 자신의 플랫폼으로 끌어오느냐에 따라 승자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