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찾은 홍라희, 말없이 한동안…특별관람 사양한 이유
sns공유 더보기
머니투데이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2013년 10월28일 당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 신경영 20주년 만찬'에 손을 잡고 참석하고 있다.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 중인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을 관람했다. 이 회장의 유족이 고인이 남긴 유산 기증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처음이다.
25일 재계와 미술계에 따르면 홍 전 관장과 이 이사장이 지난 22일 국립현대미술관, 23일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이 전 회장이 기증한 미술품을 관람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21일부터 이 전 회장이 생전 수집해 기증한 미술품 2만3000여점을 무료 전시하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 전시를 시작했다. 관람 예약은 지난 19일 시작하자마자 이달치가 모두 마감된 상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당초 기증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특별전시회 전날인 지난 20일 유족들에게 관람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전했지만 홍 전 관장과 이 이사장이 일반 관람일에 맞춰 전시를 조용히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미술계 관계자에 따르면 홍 전 관장은 전시관 벽에 적힌 이 회장의 이름을 한동안 말 없이 지켜보는 등 감회에 젖은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과 함께 처음 수집한 작품으로 알려진 국보 216호 인왕제색도 앞에서도 오랜 시간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홍 여사가 전시회를 방문한 뒤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들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는 고인의 뜻이 실현돼 기쁘다"며 "많은 국민들이 이 작품들을 보고 코로나19 사태로 힘들고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이 회장의 유족들은 이 회장의 생전 뜻을 존중해 지난 4월 소장품을 기증했다. 이 회장은 개인적 관심을 넘어서 국가적 차원에서 문화융성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한국 미술의 세계화에 힘을 쏟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생전 발간한 에세이집에서도 유럽과 미국의 국립박물관 관람 경험을 전하며 "상당한 우리 문화재가 아직도 국내외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실정"이라며 "이것들을 어떻게든 모아서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내부 상황에 밝은 한 재계 인사는 "유족들이 이 회장의 유지를 이어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상속이라는 데 공감해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홍 전 관장은 지난 2월1일 이재용 부회장 없이 치러진 이 회장의 백일재 이후 대중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보였다. 홍 전 관장은 2017년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뒤 리움미술관 관장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리움미술관 관장은 현재까지 공석 상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