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취임 한달 성적표…혁신 새바람은 A+·경솔한 발언은 낙제점
sns공유 더보기
머니투데이
[the300] 헌정사 최초 30대 당 대표의 취임 한 달… 성과와 불안 공존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21.7.8/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한 달을 맞았다. '헌정사 최초 30대 당 대표'라는 수식어로 기대를 모은 만큼 여러 성과를 남겼다. 연일 신선한 모습으로 당 지지율을 올렸다. 파격으로 여의도 정치 문법을 바꿨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이 대표를 향한 우려도 여전하다.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 등 소신 발언이 논란을 낳고 있다. 산업기능요원 복무 당시 정부 사업 지원 자격 논란 등 개인의 검증 문제도 풀리지 않은 숙제다.
━
━
이 대표가 이룬 가장 큰 성과는 파격과 신선함이다. 기존 여의도 정치에서 보기 힘든 모습으로 당의 주목도를 올렸다. 이른바 '이준석 현상'은 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당 대표가 의전용 차량을 타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이 대표는 정기권으로 지하철을 탔고 자전거를 이용했다. 유럽에서나 볼 법한 정치가 대한민국에서 펼쳐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가 의전서열 7위임에도 상대에게 허리를 90도 숙여 인사하는 '폴더인사'로 화제를 낳았다. 탈권위적이고 소탈한 모습에 호평이 잇따랐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대학원장은 "이 대표 당선은 국민의힘에 새로운 바람을 넣는 데 효과적이었고 충격적이었다"며 "전반적인 한국 정치 문화를 바꾸는 데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 그 점은 에이플러스(A+)다"고 말했다.
당 대변인을 열린 경쟁으로 뽑아 정치 문턱을 낮춘 것은 최대 성과이다. 이 대표 1호 공약인 당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은 141 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TV조선에서 생중계한 결승전은 순간 동시 시청자 154만 명을 기록하면서 대흥행했다. 공당 대변인 선발이 이런 국민적 관심을 받은 건 헌정사 최초라는 평가다.
성과는 입당과 지지율에서도 드러났다. 한기호 국민의힘 사무총장에 따르면 국민의힘 6월 신규 입당자는 3만8330명으로 5월 대비 2.7배 증가했다. 2019년 6월 입당자와 비교하면 4.5배다. 지난달 신규 입당자 중 20~40대가 51.7%를 차지해 젊은 층 입당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달 14일~18일 전국 성인 남녀 2514명을 조사해 21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9.7%를 기록해 당 출범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6일~8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조사해 9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은 32% 지지율을 보여 더불어민주당을 1%포인트(p) 차로 제쳤다. 한국갤럽 정기조사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선 건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약 5년 만이다.
━
━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서울 시내의 한 한식당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1.6.29/뉴스1 그러나 '이준석호'의 한 달은 호평만큼 비판도 만만치 않다.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실속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화려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구체적인 개혁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이 대표의 행동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면서도 "외화내빈(外華內貧·겉은 화려하나 속은 텅 비어 있음)의 느낌도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 체제 한 달 동안 따릉이와 대변인단 선발이 있었다. 이벤트는 충분했고 평가도 나쁘지 않다"면서도 "이벤트 나열로 인한 잔재주의 지루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세 번 선거에서 떨어지면서 느낀 정치는 무엇이며, 어떤 개혁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제시하는 게 30대·0선 당 대표를 만들어 낸 당원과 국민에게 화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당 대표로서 언행이 신중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 발언이 대표적이다. 당과 협의하지 않은 발언이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우려다. 대선주자의 영역인 정책·공약에 경선을 관리해야 하는 당 대표가 직접 나서는 모습도 논란이 됐다.
박 원장은 "각 계파의 의견을 듣는 민주주의 공론의 장이 정당이다. 여가부·통일부 폐지라는 당 대표 발언이 개인 생각일 수 없다"며 "당내 민주주의 공론장을 만드는 데는 과락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당의 중요한 방향성 문제에 본인이 먼저 이야기하기 전 당 구성원의 총의를 모아가는 당내 민주주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그런 부분까지 종합하면 이 대표의 학점은 비플러스(B+)정도"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던 토론배틀 기획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등 MZ세대 취향 저격에 성공하고 있다고 본다"며 "통일부·여가부 폐지론 등 다소 강경한 모습이 우려될 때도 있으나 워낙 학습 능력이 좋은 사람이라 경험이 많아질수록 당을 안정적으로 잘 이끌어 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
━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선 경선준비위원회 첫 회의에 앞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자가격리로 화상으로 참석한 서병수 위원장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경준위는 이날 예비경선(컷오프) 일정 및 회수와 압축 배수 등을 논의한다. 2021.7.7/뉴스1 이 대표의 발언은 공정한 경선 관리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이 야심이 있다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에 매달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경선 관리자가 유력 대권 주자에게 정치적 코치를 한 모양새다. 다른 대선 주자들의 처지가 난처해질 수 있다. 윤 전 총장을 향해 정책과 정무적 감각이 없다고 지적한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개인 검증 문제도 있다. 앞서 이 대표는 2010년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할 당시 자격이 없음에도 정부 사업인 'SW Maestro'에 지원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을 겪었다. 이 대표는 "10년 전 병무청에서도 문제없다고 하고 검찰에서도 들여다봐서 문제없다던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시민단체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가 지난달 21일 이 대표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고 1일 서울경찰청 반부패 공공범죄수사대에 사건이 배당되면서 해당 의혹은 수사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박 원장은 "앞으로도 이 대표는 정치적 검증을 많이 받아야 할 것"이라며 "대권 주자가 아니라 지금 집요하게 공격을 받지 않을 뿐 산업기능요원 복무 당시 의혹은 앞으로 부담이 돼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차 교수는 해당 의혹에 "무자격자는 아니었으니 큰 문제는 아닐 것으로 본다"며 "문제를 만들기 위한 흠집 내기라고 생각한다. '아빠 찬스'나 부당한 압력을 가한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