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사각지대' 靑 "우리가 하는일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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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the300][대한민국4.0 Ⅲ]대통령-①감시받지 않는 '청와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등 현 정부의 대표적인 권력형 비리 사건에 청와대 인사들이 대거 관여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정작 청와대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 4월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전국 공공기관 임직원을 포함한 공직사회의 기강확립을 위해 각종 권한남용 행위를 집중 감찰하겠다고 밝히자,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화를 내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청와대가 각종 비리의 온상이란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누구를 감찰하냐는 주장이었다.
김 정책위의장의 지적처럼 옵티머스 이사인 윤 모 변호사의 부인 이 모씨가 2019년 10월부터 2020년 6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금융감독원의 감찰 무마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또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하명수사 의혹 사건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밖에 여러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직권남용과 각종 비리 등의 의혹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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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청와대 인사들을 둘러싼 의혹은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거나 법적 공방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전 정부 청와대 인사와 주변 가족들 중에선 불법행위를 저질렀던 게 확인된 사례가 많다.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을 당하고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 주요 인사들이 대표적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넥슨 땅거래' 등 의혹으로 정권이 바뀐 후 검찰의 세 번째 영장 청구 끝에 구속됐다. 이병기 전 비서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에 연루됐고, 안종범 전 경제수석은 2016년 11월 일찌감치 구속·기소됐다. 이밖에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정호성 전 1부속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등도 재판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역시 마찬가지다. 이 전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인사개입과 뇌물수수 비리에 잇따라 연루돼 수감됐다. 이 전 대통령 본인도 횡령 및 뇌물수수 혐의로 수감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친형인 노건평씨가 권력형 비리에 연루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세 아들이 비리를 저질러 감옥에 갔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아들 구속 때문에 대국민 사과를 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비자금) 혐의로 본인이 구속됐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5.17. since19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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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지금과 같은 대통령제가 시작된 1987년 민주화 이후 전직 대통령 6명은 본인 혹은 친인척, 측근들의 국정농단과 권력형 비리에 휘말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감시 사각지대에 놓였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거칠 것이 없다. 스스로 권력 최정점에 있다고 생각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지만, 정권이 바뀌면 나락으로 떨어졌다. 지난 34년간 정치사가 이를 증명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인사권, 예산권, 정책결정권, 감사권, 사법권 등을 포함한 모든 권력을 쥐고 있다. 모든 권력을 잡았기 때문에 감시시스템이 설 자리가 없었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정부 부처의 장관은 인사권이나 중요 결정권이 없고, 청와대 수석들을 보좌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행정부는 입법부를 거친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라 청와대의 뜻을 집행하는 기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공직 사회의 기강을 바로잡으며 고위 공직자의 인사검증, 직무관찰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특히 이런 권한을 기반으로 5대 사정기관(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감사원) 인사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국회라도 견제를 해야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집권여당은 청와대 뜻을 입법화하는 통법부란 비판을 받는다. 야당이 청와대를 견제하고 비판하지만, 힘도 없고 구속력이 없는 탓에 매번 정쟁으로 끝난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대통령과 청와대를 견제할 세력이 사실상 없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며 "겉모습만 보면 삼권분립이 갖춰져 있는 것 같지만,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은 확립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