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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앙일보]
 
문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우리 군이 나름대로 대응했지만, 국민의 눈에는 부족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며 “우리 장병들의 안전이 곧 국가 안보라는 생각으로 코로나 방역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의 발언은 사상 초유의 승조원 집단감염의 책임이 군에 있다고 질책한 말로 풀이된다.
 
 
그는 “부대원들이 충실한 치료를 받고 조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애가 타는 부모님들에게도 상황을 잘 알려서 근심을 덜어줘야 한다”며 “다른 해외파병 군부대까지 다시 한번 살펴주기 바란다”고 했다. 외교부에도 “차제에 우리 공관 주재원 등 백신 접종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들의 안전대책도 함께 강구해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해외에 파병된 군 장병들이 집단 감염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어떠한 유감 표명이나 사과의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헌법 74조 1항에 따라 대한민국 국군의 최고 통수권자는 대통령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17년 9월 28일 오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에서 열린 건군 69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경례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군의 최고 통수권자는 대통령이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집단감염의 책임을 사실상 군에 전가하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자 서욱 국방부장관은 즉각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청해부대 장병 및 가족 여러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서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북한 귀순자 경계실패(2월 17일), 부실급식ㆍ과잉방역 논란(4월 28일),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6월 9일과 10일, 7월 7일) 등에 이어 여섯 번째다.
 
특히 이번 사안과 관련해선 문 대통령이 책임을 군에 넘기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서 장관에 대한 문책론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창군 이래 파병된 부대가 집단감염으로 인해 조기 철수한 것은 초유의 사태다. 특히 공군 내 성추행 사건 등 군에 대한 국민 여론은 이미 심각하게 악화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 하고 있다. 서 장관은 이날 "해외바다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해 온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을 보다 세심하게 챙기지 못했다"며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방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국방부 제공  
당장 야당에선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이 총체적 방역 실패에 대해 정중히 대국민 사과하는 게 당연하다”고 요구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한기호 의원은 “국방부가 그 책임을 져야 하고 청와대도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서 장관에 대한 문책론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유일한 신생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우리 경제의 뿌리이며 중심인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을 지원하고 디지털 전환과 경쟁력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고 자평한 뒤 “코스피 3000시대, 코스닥 1000시대를 여는 주역이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은 코로나로 인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도 중기부가 어려운 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출국한 특수임무단이 19일(현지시간) 아프리카 해역에서 문무대왕함에 승선해 방역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문 대통령은 또 이에 앞선 청와대 참모 회의에선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으며 채무 상환 과정에서 연체가 발생한 분들 가운데 그동안 성실하게 상환해 온 분들에 대해서는 신용회복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신용회복을 위한 방안이나 재원 등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강태화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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