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중앙일보]
[더,오래] 민은미의 내가 몰랐던 주얼리(78)
거장 임권택 감독이 만든 영화 ‘춘향뎐’에서 양반인 이몽룡과 기생의 딸 춘향은 신분의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깊은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이별의 슬픔을 나누며 서로에게 사랑의 징표를 준다.
이몽룡: “춘향아. 이 거울 받아라. 장부의 맑은 마음 거울 빛과 같을지니. 그걸 깊이 두었다가 날 본 듯이 내어 보아라.”
춘향: “도련님. 이거 받으시오. 여자의 굳은 마음 옥빛과 같다 했습니다. (옥 반지를) 고이 간직하여 절 보듯이 내어 보셔요.”
춘향은 자신의 손에 끼고 있던 옥 반지를 빼 이몽룡에게 건넨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춘향뎐’에서 보듯 ‘옥’은 예로부터 여성이 가장 귀하게 여긴 보석이다. 옥은 다른 어떤 보석보다도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 산출되는 몇 안 되는 보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때는 옥의 자취가 거의 끊어지다시피 했으나 1970년경 강원도 춘천시 동면에서 옥이 생산되면서 명맥이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에게 옥으로 된 주얼리는 한복을 입을 때나, 장롱에 보관하게 되는 결혼 예물로, 혹은 중장년층만이 선호하는 보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옥의 고아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학생, 직장인, 주부 등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착용할 수 있는 춘천산 옥 주얼리를 소개한다.
춘천옥
춘천옥으로 만든 ‘백옥 당초수(壽)자길상문합’. 고려시대 청자투각장방형합(靑磁透刻長方形盒)을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 1998년. 서울시 무형문화재 옥장 엄익평 作. 가원공방.
춘천에서 나는 옥은 백옥이다. 옥은 크게 백옥으로 대표되는 연옥(軟玉, Nephrite)과 비취로 대표되는 경옥(硬玉, Jadeite)으로 나눌 수 있다. 녹색 계열의 비치와 더불어 백옥은 옥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색상으로 평가된다. 춘천 옥광산은 한국에 하나밖에 없는 옥광산이자 전 세계에서 유일한 백옥 광산이다.
옥 목걸이와 펜던트. 가원공방.
서울시 무형문화재 엄익평 옥장(玉匠)의 가원공방 제품이다. 옥과 비취 등으로 여러 가지 기물이나 장신구를 제작하는 장인을 옥장이라 한다. 원석을 갈고 다듬어 작은 원형으로 만든 후 구멍을 뚫으면 구슬이 되고 이 옥구슬을 알알이 꿰어 만든 긴 목걸이다(좌). 매듭 목걸이 줄 끝에 다양한 모양의 옥 펜던트(우)를 매달았다. 펜던트는 매듭 줄 뿐만 아니라 메탈 소재의 체인에 매달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사용할 수 있다. 크기가 다양해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고 브로치로 착용해도 된다. 매일 주로 입는 티셔츠나 원피스, 최근 유행하는 데님 소재 의상 등 어디에나 무난하게 어울린다.
옥 팔찌와 귀걸이
옥 팔찌와 귀걸이. 가원공방. 옥구슬을 엮은 팔찌는 한 줄 또는 여려 줄로 감아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두께감이 있는 묵직한 옥 뱅글(손으로 끼워 착용하는 단단한 고리 모양의 팔찌)에는 선이 고운 문양이 세밀한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다. 옥 팔찌 여러 개를 혹은 다른 메탈 소재의 팔찌와 함께 겹쳐 착용해 레이어링을 연출할 수 있다. 국화 모양의 옥 귀걸이는 여성스러운 디자인으로 단아하면서도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