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길고양이 이야기’ 갤러리에 올라온 글이다. 지난 2019년 6월 처음 개설된 이 갤러리는 그동안 고양이 학대나 살해 방법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이용됐다. 경찰은 최근 이 갤러리에 대해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들도 귀찮아서 불송치” 길고양이 이야기 갤러리 이용자들은 고양이를 털 달린 바퀴벌레라는 의미로 ‘털바퀴’라 칭하며 지퍼백에 질식해 죽이거나, 바닥에 내팽개친 사진 등 적나라한 학대 사진을 공유해 왔다. 이들은 “수영 놀이하면 진심 며칠 못 가서 죽는다. 풍차 돌리기도 적당히 해줘야 함” “성묘들은 대가리를 대리석 바닥에 대고 사람 체중 실어서 얼굴을 갈아버려도 멀쩡하다”와 같은 학대 방법을 올리고 서로 점수를 매겼다.
동물학대 처벌이 쉽지 않은 현실을 비웃는 글도 올라왔다. “적은 확률로 경찰 출석하더라도 ‘주워온 새끼 고양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어서 찍은 사진들이다’ ‘인터넷에서 주운 사진이다’라고 일관하면 경찰들도 귀찮아서 불송치로 결정 낸다” “우리 경찰이 X으로 보이노. 사람 관련 사건만 해도 바빠 죽겠는데”라는 식이다.
이 갤러리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비판이 이어지자 학대 인증 글들은 삭제됐다. 현재 이 갤러리는 ‘운영원칙 위반’으로 접근 제한된 상태다. 이후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길고양이 학대를 전시하는 ***갤러리를 수사하고 처벌해주십시오’라는 글이 올라와 8일 만에 6만명이 동의했다.
'길고양이 이야기' 갤러리에서 이용자들이 학대 사진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온라인 캡처
10년간 10배 이상 급증한 동물학대 동물학대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그 방식도 잔인해지고 있지만 처벌은 제자리걸음이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건수는 지난 2010년 69건에서 2019년 914건으로 10년간 10배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실제 법적 처벌까지 이어진 사례는 극히 드물다. 지난 2016년부터 2020년 10월까지 5년간 동물학대 행위 등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3398명 가운데 증거불충분 등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이들은 1741명(51.2%)에 달했다. 3398명 중 정식 재판을 받게 된 이들은 93명으로 2%에 불과했으며,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12명(0.3%)에 그쳤다.
민법 제98조에 따르면 동물은 ‘물건’으로 규정돼있어 동물학대 시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된다.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면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에 처할 수 있지만, 정작 기소율은 절반을 넘기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동물, ‘물건’에서 ‘생명’으로 인정되나
지난 6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동물학대 강력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동물 탈을 쓰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법무부는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법무부는 “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을 위한 민법 개정안을 만들었다”며 “곧 입법예고와 함께 관계부처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될 전망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그동안은 학대 현장에 가도 가해자가 소유권을 주장하면 대응할 수 있는 게 없었다”라며 “민법이 개정돼 동물을 단순 도구가 아니라 생명권의 개념으로 보면, 학대받는 동물들의 보호 조치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동물학대 처벌 기준이 약한 건 아니다. 다만 실형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동물학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높아진 만큼 검찰ㆍ경찰과 사법부에서도 높은 형량이 필요한 중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