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중앙일보]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101) 얼마 전 주말이었습니다. 유독 바쁜 한 주를 보냈던지라 청소도 못 한 채 집이 엉망이었죠. 먼지를 털고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하는 동안 남편은 소파에 앉아 뉴스를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혼자 하는 집안 정리가 아무렇지 않았는데 날도 덥고, 청소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물론 부탁의 말을 먼저 건넸으면 좋았을 텐데 저도 모르게 제 입에서는 “아휴~~”하는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그 짧은 탄식 안에는 사실 많은 말과 감정이 축약되어 있죠. 그 순간 남편은 저를 한 번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입니다. 딱히 뭘 해야 할진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소파에 계속 앉아 있자니 남편 입장에서도 불편해진 겁니다. 사실 남편이 늘 그런 것은 아닌데, 서성이는 남편을 보니 제 맘도 편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표현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하고 생각합니다.
시소는 양쪽에 앉은 사람을 따라 오르고 내리길 반복한다. 삶도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지만, 결국 같은 자리에서 이런저런 감정들이 왔다 갔다 하며 제자리에 있다. [사진 pxhere]
소통 전문가 김창옥 대표는 가족관계에서 ‘뱀소리’를 주의하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아이가 98점을 받아오면 “조금만 더 잘해서 100점 맞아야지. 엄마 성격 알지?”하고 ‘스윽’하는 뱀소리 대신 “엄마가 기분이 좋은데 너는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하고 칭찬하라 전합니다. 승진한 남편에게도 “거봐~ 내가 하라는 대로 하니 되잖아” 하며 ‘스윽’ 뱀소리 대신 “여보 내가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당신은 얼마나 좋아요”라고 칭찬, 격려해 주라는 것이었죠.
김창옥 대표가 뱀소리로 표현한 ‘스윽~’이나 저의 ‘아휴~’하는 탄식 소리는 상대에게 긍정적 느낌보다는 부정적 느낌을 전달합니다. 짧은 한마디를 내뱉을 때의 나의 표정은 어떨까요? 소리에 더해져 비난 혹은 무시의 느낌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죠. 그 짧은 한마디로 집 안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강의를 할 때 호흡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불편한 감정이 올라올 때 그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기 전 잠시 멈추고 깊게 심호흡을 한 번 해보자는 겁니다. 화가 나면 우리는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호흡이 가빠지는 과호흡 상태가 됩니다. 그때 ‘아휴~’하는 탄식 대신 먼저 깊게 호흡해 보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