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산 동영상 소셜미디어 ‘틱톡’의 운영사 바이트댄스가 지난 4월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포기한 이유가 드러났다. 중국 공산당 당국의 압박이었다. 바이트댄스가 지난 3월 중국 당국과 면담을 가진 뒤 미국 행을 포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바이트댄스는 틱톡의 성공으로 급성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미국 또는 홍콩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왔다. 바이트댄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343억달러(약 39조4000억원)이고, IPO 추진 당시 시장가치는 1800억 달러(약 206조원)로 평가됐다.
하지만 지난 4월 23일 바이트댄스 측은 갑자기 “고민 끝에 IPO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자체 판단했다”며 “현재로썬 IPO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이밍 CEO, 中 당국 접촉 후 IPO 포기
장이밍 바이트댄스 CEO.[로이터=연합뉴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트댄스의 상장 포기 배경엔 중국 당국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바이트댄스 창업자인 장이밍(張一鳴·38)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초 중국 인터넷 감독 기구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 관계자를 만난 뒤 해외 상장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는 것이다.
CAC 관계자는 바이트댄스 앱의 데이터보안 규정 위반을 우려하며 바이트댄스가 어떻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 관리하는지 확인했다고 한다. 장이밍은 면담 이후 정치적 환경이 IPO를 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트댄스는 규제 트라우마가 있다. WSJ에 따르면 바이트댄스의 유머 애플리케이션 네이한돤즈(内涵段子)가 저속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2018년 초 당국에 의해 폐쇄됐다. 이런 학습효과로 상장 철회 결정도 신속했다는 풀이다.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 있는 바이트댄스 본사의 모습.[AFP=연합뉴스]
하지만 상장 철회로 끝나지 않았다. 여파는 컸다. 장이밍은 당국과 면담 후 경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CEO 사임을 결정했다. 지난 5월 후임 CEO를 발표하며 연말까지 인수·인계 작업을 마치고 CEO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中, 지난해 말부터 美 증시 상장 막아
[사진 셔터스톡] 바이트댄스와 중국 당국의 규제 철퇴를 맞고 있는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의 사례는 중국 공산당이 자국 IT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을 강력하게 막고 있는 주요한 사례다. 중국 당국은 데이터 안보를 앞세워 자국 IT 기업의 미국 상장을 막고 있다. 대형 플랫폼 기업이 가진 중국 고객의 개인 정보 등 빅데이터가 미국 당국에 넘어갈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WSJ은 “이전까지 해외 상장을 추진하는 중국 기업은 CAC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미·중 긴장이 심화하며 지난해 말부터 중국 당국이 비공식적으로 (CAC의) 승인을 받도록 요구해왔다”고 전했다.
디디추싱의 경우 이런 중국 당국의 의중을 거스르며 미국 행을 택했다. 괘씸죄로 화를 입은 셈이다. 디디추싱은 지난달 30일 뉴욕증시에 상장했지만 중국 당국은 상장 이틀 만에 디디추싱에 국가 안보 위반이라는 중대 혐의를 씌워 조사에 들어갔다. 이후 중국 모든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 앱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중국 당국은 해외 증시 상장 금지를 명문화하며 압박의 강도를 더 높이고 있다. CAC가 최근 공개한 인터넷안보심사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회원 100만명 이상인 중국 인터넷 기업이 해외에 상장하려면 반드시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해외 상장 허가제를 도입한 셈이다.
WSJ은 “뉴욕 증시 상장을 준비하던 중국 기업들이 IPO 절차를 중단하거나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