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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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위간부 보직변경 신고식에서 박범계 장관이 이성윤 서울고검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 대신 주먹을 부딪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한 이성윤(59·사법연수원 23기)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 당초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제안한 보직이 검찰 2인자인 대검차장(고검장급)이었다고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김오수 검찰총장의 강력 반대로 막판에 ‘서울고검장’으로 변경됐다고 한다.
박범계-김오수, 검찰 인사안 이견
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범계 장관은 지난달 3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 협의 자리에서 ‘이성윤 대검 차장’ 인사안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김 총장이 이를 강하게 반대해 보직이 변경됐다는 것이다.
당시 서울고검 청사에서 2시간에 걸쳐 1차로 검찰 인사 논의를 했던 박 장관과 김 총장은 당일 6시 30분부터 9시까지 약 2시간 30분 동안 예정에 없던 저녁식사까지 하며 추가 논의를 이어갔다. 당초 예상은 양측의 의견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었지만, 면담을 끝내고 나온 박 장관과 김 총장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김 총장은 “설명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언급을 약 1분 동안 4차례 하기도 했다.
결국 이튿날인 지난달 4일 박 장관이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이성윤 당시 지검장의 최종 보직은 ‘서울고검장’으로 바뀌었다.
“후배 신망 잃었는데 실세 영전까지”
문재인 대통령은 새 검찰총장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 8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 이성윤 검찰국장으로부터 '개혁 추진 경과 및 향후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검찰 내부에서는 김오수 총장이 이성윤 고검장의 대검 차장검사 부임을 극구 반대한 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후배 검사들의 신망을 잃은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 문 대통령 대학 후배인 이 고검장이 차장으로 대검에 입성할 경우 ‘한 검찰 두 총장’으로 ‘실세 차장’이 부상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지적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 고검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검사장 승진에 이어 이른바 ‘검찰 빅4’ 요직 중 3개 보직을 연달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에 연이어 발탁됐다. 이에 화답하듯 ‘채널A 사건’ , ‘윤석열 전 총장 부인·장모 사건’ 등 당시 검찰총장을 견제하는 정치적 성격의 사건 수사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며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팀의 무혐의 결재를 6개월여 미뤄 후배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총장 직무정지 및 징계 청구 사태를 두고 서울중앙지검 1‧2‧3‧4 차장와 공보관까지 차장검사급 전원이 이 지검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이후론 리더십이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훼손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이 고검장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 후보 1순위로 거론될 만큼 정권의 신임도 두터웠다. 이에 김 총장 입장에서는 김대중 정부 때 신승남 전 검찰총장이 총장에 앞서 대검 차장으로 재직하면서 ‘총장보다 센 실세 차장’ 역할을 했던 것처럼 ‘식물총장’이 될 수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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