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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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부산신항에서 정부의 해운 물류 대란 대책이 발표된 가운데 HMM 한울호에 컨테이너가 선적되고 있다.[뉴스1]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해상 운임 상승에 따른 물류 대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산업계의 해운 관련 업무와 대책은 지난 수십년간 무역협회가 전담해왔지만 전경련까지 나선 건 현재의 물류대란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전경련, 해운산업 선진화 방안 논의 예정
전경련 관계자는 5일 “수출길이 막혀 어려움을 호소하는 수출업계를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과 함께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계획”이라며 “14일 업계·전문가와 함께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해운 산업 선진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14일 열리는 전경련 행사에는 HMM 등 국적선사와 해양진흥공사·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무협뿐만 아니라 전경련까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해상 운임이 1년 만에 네 배 수준으로 오르는 등 물류 대란이 심각해지면서 수출기업의 고충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업계에선 ‘노아가 배를 만든 이후 최악의 상황’이란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무역 의존도가 70%인 한국에서 교역 물량의 99.7%를 해운이 담당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매주 최고치를 경신하며 4000선을 뚫을 기세다. 금요일마다 발표되는 SCFI는 지난 2일 3905를 기록했다. 2009년 10월 지수 1000에서 시작한 SCFI가 3900선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SCFI는 지난해 11월 2000선을, 지난 4월 3000선을 처음 돌파했다. 통상 성수기로 꼽히는 3분기에 들어섰기 때문에 9일 공시되는 SCFI가 4000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수출업계의 주요 항로인 미국·유럽 노선 운임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 2일 기준 미주 동안까지 운임은 1FEU(길이 12m짜리 컨테이너 한 개)당 9254달러, 유럽 운임은 1TEU(길이 6m짜리 컨테이너 한 개)당 6786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주 서안 운임 또한 1FEU당 4944달러로 역대 최고치인 5023달러에 육박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2일 역대 최고치인 3905를 기록했다. [자료 SCFI]
해상 운임의 고공 행진은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와 미국·중국 등 주요국에서 하역 작업이 지연돼 운항 주기가 늘었기 때문이다. 아시아-북미 운항 주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7~8주였지만 최근 10주 이상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지난 3월 수에즈운하 선박 좌초 사고와 코로나19 집단 감염에 따른 지난달 중국 남부의 주요 항구인 선전 옌톈(盐田)항의 정체 사태도 기름을 부었다.
정부도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지난달 29일 부산신항에서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전략’을 발표하며 물류 대란 대책을 내놨다. HMM을 통해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추가 발주하고, 중소·중견 선사도 선박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신조(신규 선박 발주)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자산관리공사·해양진흥공사 등 네 곳을 통해 15억 달러(약 1조7000억 원) 규모의 선박금융을 추진한다. 중소·중견 화주에는 해운 운임의 20%를 바우처(쿠폰) 형태로 대신 지급한다.
무역협회도 지난달부터 SM상선과 함께 중소기업 전용 선박을 띄우고, 운임 급등으로 수출 여건이 나빠진 중소기업에 3000만 원까지 연 1.5% 금리로 빌려주고 있다.
이러한 정부와 재계의 노력에도 연말까지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최건우 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은 “지난 3월 수에즈운하 폐쇄와 지난달 옌톈항 정체와 같은 충격이 더해지고 있어 연말까지 높은 운임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해상 운임 분석업체 제네타(Xeneta)는 내년까지 장기 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