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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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key, Urban Revivo, Mo&Co...?
코스메틱과 패션 브랜드들의 이름이다. 언젠가 면세점에서 봤을 것만 같은 익숙한 듯 낯선 브랜드명, 굳이 유추하자면 왠지 유럽이나 미국 쪽 브랜드처럼 들리는 이름이다.
그런데 사실 이들은 모두 중국 '토종' 브랜드다. Colorkey는 색조 화장품, Urban Revivo(UR)와 Mo&Co는 패션 브랜드다. 중국 내 인지도도 높으며, 매출 역시 잘 나오는 곳들이다. 이번 톈마오(天猫) 6.18 쇼핑제 성적표에서 Colorkey는 색조 분야 4위, UR과 Mo&Co는 각각 여성패션 분야 2위와 5위라는 기록을 올렸다.
[사진출처=Colorkey]
[사진출처=UR] 이들은 일명 '궈훠(国货, 국산 제품)'라 불리며, '궈차오(国潮, 애국소비 트렌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곳들이기도 하다. 중국 MZ세대에 부는 애국소비 바람을 타고 이 브랜드들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많은 중국 '토종' 패션·뷰티 브랜드들이 영어 이름을 사용한다. 중국 온라인상 많은 사람이 이들에게 의문의 눈길을 보냈다. '애국소비'와 '영어'라는 '미스매치' 때문이었다. "토종 브랜드라면서 왜 중국어가 아닌 영어로 이름을 짓는 거야?"면서 말이다.
[사진출처= CBND]
'궈차오'라면서... 이름은 왜 영어로?
'궈차오(애국소비 트렌드)'는 중국이 미국과 마찰을 빚기 시작하며 더 심화했다. 외부의 적이 나타나니 내부는 더욱 결속됐다. 미국이 자꾸 때리니 사람들은 '애국'이라는 키워드로 뭉쳤다. 자국 브랜드를 소비하고 애국주의 색채가 짙은 영화를 관람하며, '홍색 관광'을 떠났다. 구매한 '궈차오' 브랜드 제품을 SNS로 자랑하기도 했다. 세대를 가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젊은 Z세대들이 더 나서서 국산 화장품이나 옷을 구매하며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사진출처=Colorkey(좌)/FMACM(우)]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구매한 토종 제품들의 겉면은 중국어가 아닌 영어로 치장되어 있었다. 브랜드와 제품명이 영어와 중국어 모두 존재하거나, 중국어와 영어의 혼합으로 이루어진 경우, 심지어는 중국어 이름은 없고 영어 이름만 있는 브랜드들도 있었다. '서양제품이 아닌 국산을 애용하자'며 구매한 국산 토종제품이 역설적이게도 영어나 프랑스어로 포장되어 있던 것이다.
궈차오 브랜드들의 해명
온라인상에서 관련된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자, 이 토종 브랜드들은 각자 나름의 이유를 들어 왜 브랜드명을 영어로 지었는지 해명하기 시작했다.
[사진출처= CBND]
이 산업의 '역사'와 관련이 깊은 것 같아요. 화장품 브랜드의 시초는 (국내보다는) 서양이잖아요. '서양문물'을 숭배하는 관념 때문에 초기 대부분 브랜드가 영어로 이름을 지었어요. 이러한 관성이 지금의 소비자와 생산자들에게까지 이어져 온 것 같아요. -BOBORE 창업자
[사진출처= CBND]
제 생각에는 신예 브랜드들이 목표로 하는 집단이 'Z세대'여서인 것 같아요. 브랜드명을 지을 때 Z세대가 말하는 방식이나 유행어를 참고하게 되니까요. 사실 중국어 이름을 가진 브랜드도 많아요. -MIXX 창업자
[사진출처=CBND]
많은 브랜드가 창업 초기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고려해요. 시장을 국내로만 한정 짓지 않죠. 이러한 예는 많아요. 유명한 사례로 (미국 브랜드인) '하겐다즈'가 있잖아요. 하겐다즈가 유명해져 하나의 '문화'가 되니까 사람들이 더는 그것이 '미국 브랜드'인지, '덴마크 브랜드'인지 묻지 않잖아요. -La Terapia 창업자
맹목적인 '서구문화 숭배'?
'숭양미외(崇洋媚外)', 맹목적인 서구문화를 숭배를 의미하는 말로, '물 건너온' 문화나 물건들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현상을 꼬집는 말이다.
패션이나 뷰티 업계처럼 소수의 서양 브랜드들이 주도하는 산업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욱 짙다. 예를 들면 최근 급증하는 중국 내 명품소비의 급증 현상이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중국 명품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29.4% 뛰어 380억5500만달러(42조5526억원)를 기록해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 2위 명품 소비국으로 등극했다. '숭양미외'라며 지탄받고 있는 현상이다.
[사진출처=Mo&Co] 하지만 일부 토종 브랜드 창업가들은 이러한 비판에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제품이나 브랜드명에 영어를 넣는다고 해서 그것이 꼭 '서양의 방식'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토종 코스메틱 브랜드 졘번(逐本)의 창업자 리우첸페이(刘倩菲)는 "과거와 달리 현시대에는 많은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다. 전 세계 소비자들로부터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중국 브랜드라고 해서 꼭 중국어 이름을 고집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의견을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 세계 소비자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을 수만 있다면 브랜드명이 어떤 언어로 적혀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