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가 '곱버스' ETF에 투자한 이 날은 코스피가 사상 처음 3300선을 돌파한 날이다. 그는 "어차피 인생은 한방 아니냐"며 "코스피가 3200 전후까지 떨어지면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3300선을 돌파한 지난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 3302.84로 마감한 숫자가 보인다. 신인섭 기자
개인, 4일간 '곱버스' 2200억 쓸어담아 코스피 최고가 행진 속 개인 투자자들이 인버스 ETF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랠리가 시작된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개인은 코덱스(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를 22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 순매수 금액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카카오(5897억원)에 이어 2위였다. 코덱스 인버스 ETF도 349억원어치 사들였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은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지난 22~25일) 지수 상승분의 두 배만큼 가격이 오르는 코덱스 레버리지 ETF를 141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는 기관 투자가의 투자 행보와 정반대다. 기관들은 같은 기간 코덱스 레버리지 ETF를 141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기관의 전체 순매수 종목 중 삼성전자(2327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동시에 기관은 코덱스 200선물인버스2X ETF를 가장 많이 팔았다. 순매도 금액만 2445억원에 달했다.
기관과 엇갈리는 개인투자자의 움직임은 최근 주가를 단기 고점으로 보고, 다시 떨어질 것이란 전망에 베팅한 개인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코스피는 올해 사상 최고치를 14번 갈아치우며 3302.84까지 올랐다. 이에 인버스 ETF 가격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자, 개인의 저가 매수가 몰린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전환에 대한 불안감도 개인이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이유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찍으면서 최근 코스피도 최고가를 수차례 경신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조정받을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은 지수 하락, 기관은 상승에 베팅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개미들 손실…향후 주가 흐름 촉각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다만 손실이 아직 크진 않다. 코스피가 최고치 수준이긴 하지만, 지난 4거래일간 상승률은 1.9%, 이달 들어선 3.1%로 아주 높진 않아서다. 지난 25일 기준 코덱스 200선물인버스2X ETF는 지난 4일간 4.2% 하락했다. 이달 수익률은 -6.1%였다.
개미들은 향후 주가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터넷 주식 게시판에는 "손절(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것)해야 하느냐"는 우려와 함께 "이제 (코스피가) 폭락한다"는 기대도 만만치 않다.
일시적 조정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기대에도 증권가는 하반기 국내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업 이익이 개선되고 물가와 금리 상승 압력은 완화되면서 코스피는 3분기에 한 단계 레벨업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 지수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승 피로가 쌓여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인버스 상품 등에 투자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부장은 "지수가 한 방향으로 가지 않고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 누적으로 복리 효과가 일어나며 인버스 상품의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