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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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은행과 금융지주에 적용됐던 배당제한 권고를 종료시키며 각 금융지주들이 중간배당을 준비하고 있다. 셔터스톡
금융위 배당 제한령 해제, 앞다퉈 중간배당 검토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모두 올해 중간배당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배당 제한령이 해제되며 족쇄가 풀린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 25일 정례회의를 열고 각 금융지주들이 배당 실시 여부와 수준을 자율적으로 정하게 했다.
금융위는 지난 1월에는 은행권의 배당을 순이익의 20% 이내서만 실시하도록 한 권고안을 의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 대응해 자본을 충분히 쌓아놓자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이뤄진 2020년도 기말 배당에서 신한(22.7%)을 제외한 금융지주들은 배당성향을 20%로 전년보다 낮췄다. 2019년 은행권 평균 배당성향은 26.2%였다.
각 금융지주들은 배당성향을 낮추며 중간 배당 등을 약속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증권 등 비금융 부문의 이익이 늘며 각 금융사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는데도, 배당을 줄인 탓에 주주의 반발이 잇따르면서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때 각 금융지주 수장들의 발언을 모아보면 중간배당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코로나19라는 부득이한 상황으로 배당을 낮춰 죄송하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배당성향 30%에) 접근해 나가겠다”(윤종규 KB금융 회장), “주주가치 측면에서 기대에 못 미치고 있음을 경영진 모두가 가슴에 새기고 있다”(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라고 밝혔다.
주요 금융그룹 당기순이익.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잇따른 호실적도 중간배당에 파란불 각 금융지주사의 역대급 호실적도 중간배당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지난 1분기 각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KB금융그룹(1조2701억원), 신한지주(1조1919억원), 하나금융(8344억), 우리금융그룹(6716억원) 등이다. KB와 신한의 경우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 실적 전망도 나쁘지 않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가 추산한 올해 2분기 금융지주들의 당기순이익은 KB금융(1조1153억), 신한금융(1조493억), 하나금융(8046억), 우리금융(5823억) 등이다. 전년 동기 실적보다 KB(13.5%), 신한(20.1%), 하나(16.7%), 우리(309.2%) 등이 증가한 전망치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등 전망도 나쁘지 않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개선된다. 한국투자증권 백두산 연구원은 “임박한 기준금리 인상에 연동될 NIM 상승 등으로 올해 업종 합산 순이익은 전년 대비 24%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중간 배당 수익률 1.6% 추정…배당 규모 더 커질 수도 금융당국은 “배당 실시 여부와 수준은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수준(순이익의 26.2%)의 배당 성향을 권고했다.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각 증권사들도 2019년 배당성향을 토대로 중간배당액 추정치를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KB금융 800~900원, 신한지주 400~500원, 우리금융 100~200원, 하나금융 700~800원 등의 전망치를 내놨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전배승 연구원의 전망치는 KB금융 824원, 신한 587원, 하나 801원, 우리 219원 등이다. 2019년 배당성향을 토대로 중간배당(30%)과 기말배당(70%)을 적용했을 때 나온 액수다. 전 연구원은 “대형 은행지주의 평균 중간배당 수익률은 1.6%로 추정된다”며 “지난해 배당제한 조치를 감안하면 중간배당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