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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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베이징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싼리툰 길가에 마련된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전시회장 주위에 시민 감시 기구인 ‘차오양 군중’의 감시 초소인 지원강(支援崗)이 설치되어 있다. 신경진 기자 오는 7월 1일 창당 100주년 기념일을 맞는 중국공산당(중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천안문에서 수십만 군중을 동원하는 사상 최대의 기념대회를 개최할 전망이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26일 시진핑(習近平·68) 중국 국가주석이 지금까지 총 7차례(30, 40, 60, 70, 80, 90, 95주년) 열렸던 중공 창당 기념식의 선례를 깨는 사상 초유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능가하는 열병식 없는 기념식이 될 전망이다.
베이징 전문가 사이에서는 “중공 100년 기념식의 규모와 성공이 내년 가을 20차 당 대회에서 자신의 3연임을 주장하는 중요한 업적이 될 것”이라며 “베이징을 비롯해 전 중국이 계엄령을 무색하게 만드는 물 샐 틈 없는 경비가 이뤄지는 이유”라는 풀이가 나온다.
역대 창당 기념식 초유의 천안문 군중집회
열병식 없는 열병식 능가하는 기념식 전망
29일 국가체육관에서 대규모 문예공연도
훈장, 50년 기념패에 입당선서 재현 운동
수만 무장 병력 베이징 입성에 계엄 방불 시진핑 주석이 이번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새로 세운 기록은 여덟 분야다.
첫째 기념식 장소가 처음으로 천안문 광장으로 정해졌다. 1951년 30주년부터 중공은 매 10주년마다 기념대회를 열었다. 1971년 50주년에는 마오쩌둥(毛澤東)과 후계자 린뱌오(林彪)의 반목으로 열리지 못했고, 2016년에는 95주년임에도 경축대회를 개최했다. 30주년은 베이징 남쪽 선농단 체육관에서 이후는 모두 인민대회당 실내에서 거행했다. 올해 10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천안문에서 열병식 없이 개최한다. 단, 인민해방군 전투기와 헬기가 천안문 상공을 비행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킬 전망이다.
둘째, 참가 인원 수가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금까지 최대 규모는 1951년 선농단 체육관에서 열린 30주년 기념식으로 4만여 명이 동원됐다. 이후 40, 60, 70주년 대회는 1만여 명, 이후 80, 90주년은 6000명, 95주년은 3000명이 참가하는 데 그쳤다. 둬웨이는 100만 군중을 수용할 수 있는 천안문 광장에 수십 만명이 동원될 것으로 전망했다.
셋째, 중공중앙 명의로 당사(黨史) 학습 교육을 연중 캠페인으로 전개했다. 지난 2월 20일 당사 학습 교육 동원대회를 열고 시 주석은 “당원, 간부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온몸과 마음을 바쳐 정확한 공산당 역사관을 수립하고 역사 허무주의를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넷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폐막식이 열렸던 냐오차오(鳥巢)로 불리는 국가체육관에서 29일 성대한 문예 공연을 거행한다. ‘위대한 여정’으로 이름 붙인 초대형 공연에는 시 주석을 위시해 국가 지도부, 훈 포상자와 기층 당원 등이 참석한다. 과거 기념 대회 문예 공연은 중남해(中南海) 회인당(懷仁堂)과 인민대회당에서 개최하는 데 그쳤다.
다섯째, 처음으로 7·1 훈장을 제정해 수여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집권 후 훈·포상 체제를 정비해 공화국훈장·8·1 훈장·우의훈장 등을 처음 제정했다. 이번에는 걸출한 공헌을 한 당원을 대상으로 7·1 훈장을 오는 29일 인민대회당에서 수여할 전망이다. 지난 5월 31일 29명의 훈장 수여 후보자를 발표했다.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두 전직 최고지도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여섯째, 입당 50년이 넘는 노당원 710만 명에게 기념장을 처음으로 수여한다. 은퇴한 정치국 상무위원 18명 가운데 장가오리(張高麗)를 제외하고 장쩌민·후진타오·주룽지(朱鎔基)·원자바오(溫家寶) 등 17명이 받을 예정이다.
일곱째, 처음으로 중공 역사전람관을 건립했다. 신화사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2017년 19차 당 대회 폐막 직후 중공역사관 건립을 결정하고 여러 차례 지시를 내리는 등 직접 챙겼다는 후문이다. 중공역사관 건설로 베이징에는 국가박물관, 인민혁명군사박물관과 더불어 중공·국가·군대 삼위일체 박물관 체제가 완성됐다.
여덟째, 입당선서를 다시 복창하는 운동이 9190만전 당원을 대상으로 전개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8일 중공역사관 참관 이후 정치국 상무위원, 위원을 이끌고 “영원히 당을 배신하지 않겠다(永不反黨)”로 끝나는 입당선서를 선창했다. 이후 중앙부터 지방까지 전국 각 부문에서 입당선서 다시 하기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25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문예공연 리허설이 열린 베이징 국가체육관에서 기념 불꽃놀이 예행연습이 펼쳐지고 있다. 초대형 문예 공연은 29일 저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펼쳐질 예정이다. [EPA=연합뉴스] 창당 100년 행사를 위한 내외신 미디어센터도 26일 가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자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방역 조치로 불만도 터져 나온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중국산 백신 미접종자는 취재허가증을 발급하지 않았다. 백신 접종을 받았어도 기자회견 등 행사 취재를 위해서는 48시간 전 핵산 음성 증명서를 별도로 제출하고 지정된 장소에서 격리 후에만 참가가 가능하다. 평소에는 미디어센터 접근은 금지된다. 당국은 27일과 28일 신문 발표회와 당원대표 회견 등 세 차례 공개 행사를 예고한 상태다.
창당 100년 기념일이 다가오면서 베이징 경계도 유례없이 강화되고 있다. 지난 19일 중국 SNS에는 올림픽공원 일대에 무장 군인을 태운 대형 버스 200여대가 진입하는 영상이 전해졌다. 열병식이 없는 상황에서 수 만명으로 추산되는 병력의 베이징 진입에 시민들은 계엄군을 연상한다고 중화권 매체는 전했다.
베이징 장안대로에 들어선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축하 화단.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는 문구가 보인다. 신경진 기자 베이징 주택단지 곳곳에는 창당 기념일을 맞아 무선 제품이나 드론 등 사용을 금지하는 공고문이 내걸렸다. 지하철 역사마다 특경(特警)으로 불리는 무장경찰이 중무장한 채 경비를 강화했다. 도심 주요 도로마다 수 미터 간격으로 지원강(支援崗)으로 불리는 초소를 설치해 지원자를 동원해 지나는 시민을 감시하고 있다. 전 중국 곳곳에 세워진 축하 화단 숫자에 버금가는 정복·사복 차림의 경찰과 군인, 시민 감시 요원이 총출동해 전 중국을 물 샐 틈 없는 계엄 상태로 만들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