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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감사원장직에서 사퇴한 뒤 본격적인 정치 도전 채비에 나선다. 중앙포토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원장직을 사퇴하고 본격적인 정치 도전 채비에 나선다. 최 원장은 27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교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28일 사퇴하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선 도전 여부에 대해선 “더 고민해야 한다. 이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 원장은 주말 사이에 부친인 최영섭 예비역 대령을 찾아 정치 도전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최 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최 원장이 ‘아들이 가는 길을 믿고 안심해달라’는 취지로 부친을 설득하겠다고 주변에 알렸다”며
“부친도 정글 같은 정치판에 나서는 아들을 아버지로서 걱정하지만, 이미 아들의 결심을 지지하기로 마음을 굳힌 걸로 안다”고 전했다.
최 원장 사퇴(28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정치 선언(29일) 등 외부 주자들이 잇따라 기지개를 켜자, 정치권에선 “야권의 대선 골든위크(Golden Week)”라는 말이 나온다. 최 원장은 사퇴 직후에는 대선 출마나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말을 아낄 것으로 보이나, “장고(長考)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예상이다. 다음 달 중순쯤 정치 도전을 공식 선언한 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일정에 늦지 않게 합류할 거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야권 후발주자로 부상하는 최 원장이 좋든 싫든 마주해야 할 산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향후 경쟁자인 윤 전 총장과 호각 구도를 형성하느냐가 최 원장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최 원장이 윤 전 총장의 정치 선언(29일) 하루 전 사퇴하고, 한발 빠른 입당을 고려하는 것을 일종의 ‘선수 뺐기’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이동훈 전 대변인 사퇴나 ‘X파일’ 논란 등으로 주춤했지만, 여전히 야권 선두 주자다. 29일 정치 선언을 계기로 지지율이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최 원장과 친분이 있는 한 야권 인사는 “최 원장이 윤 전 총장을 직접 공격하진 않겠지만, 윤 전 총장과 차별화되는 본인만의 강점을 강조해 존재감 부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선 청렴하고, 강직한 이미지를 최 원장의 강점으로 꼽는다. 최근 처가 의혹 등 네거티브 대응에 힘을 쏟아야 되는 윤 전 총장과 달리, 각종 의혹에서 자유로운 최 원장이 정치 보폭을 더 넓게 가져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국전쟁 대한해협해전에 참전한 전쟁 영웅 부친 등 가족사도 최 원장에겐 플러스 요소다. 야권 관계자는 “보수 진영 저변에는 윤 전 총장을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 보낸 검사’로 보는 인식이 있는데, 최 원장에겐 그런 반감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원장직 사퇴후 정치에 직행하는 부담이나, 한 자릿수 지지율은 최 원장에게 줄곧 따라붙는 물음표다. 여당은 이날 “대통령 출마를 목적으로 감사원장직을 이용하고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면 탄핵 대상”(이용빈 민주당 대변인)이라고 공세를 폈다.
최 원장 측은 이런 중립 위반 공세에
“오히려 현 정부에서 타격을 입은 헌법기관의 중립 회복을 위해 정치에 나선다”는 취지로 맞불을 놓는 걸 고려중이라고 한다. 최 원장의 한 주변 인사는 “원칙대로 진행한 탈원전 감사 당시 몰아친 여권의 압력에 최 원장이 상당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관건은 ‘두 자릿수 지지율’ 돌파 여부
최재형 감사원장이 2020년 10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모습. 중앙포토
결국 관건은 최 원장이 지지율을 어떻게 끌어올리냐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대체 불가능한 야권의 ‘구세주’로 인식되던 연초와 달리, 최근 당 지지율이 윤 전 총장 지지율을 넘어서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며 “최 원장 입장에선 일단 두 자릿수 지지율에 도달하면, 윤 전 총장과 해볼 만한 구도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 원장의 독실한 기독교 신앙이 일부 유권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대해 최 원장의 죽마고우로 알려진 강명훈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신앙심이 깊은 건 맞지만, 봉사·헌신 등 삶의 자세에 영향을 주는 차원”이라며 “최 원장이 정치와 신앙의 영역은 확실히 구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