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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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연합뉴스] 수원지검 수사팀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기소 의견을 대검찰청에 지난 24일 재차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차관 수사팀을 포함해 ‘역대급’ 대규모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돼기 하루 전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정권 수명이 다 끝날 때까지 사건 처리를 뭉갤 셈이냐”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소 의견 보고 다음 날…수사팀은 흩어졌다 2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이정섭 형사3부장 수사팀은 지난 24일 이 비서관에 대한 기소 방침을 대검에 보고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12일 이 비서관에 대한 기소 방침을 올렸지만, 대검이 한 달 넘도록 기소 결정을 보류하자 검찰 중간 간부 인사(고검검사급) 인사 단행을 앞둔 시점에 재차 기소 의견을 올린 것이다. 재보고에는 지난 22일 9시간 가까이 진행된 조국 전 민정수석의 참고인 조사 내용 등을 보강한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광철 비서관은 출입국 실무를 총괄하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장에게 출금을 ‘실행’할 이규원 검사를 소개하고,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 과정 전반을 지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김 전 차관은 피의자도, 수사 대상도 아니어서 긴급출금은 불법이었다는 점이 논란이다. 차 본부장과 이 검사는 이미 재판에 넘겨졌다. 최근 차 본부장과 이 검사에 대한 변경된 공소장에 따르면 이 비서관에게 이 같은 조율과 지휘 역할을 맡긴 사람이 조국 당시 민정수석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와 관련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 방해‧법치 파괴”…“정권 끝날 때까지 뭉갤 셈인가” 수사 지휘는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의 몫이다. 현재 수사 지휘체계에 있는 김오수 검찰총장(당시 법무부 차관)과 문홍성 대검 반부패강력부장(당시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은 이번 사건에 관여한 의혹으로 사건을 회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5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수사팀은 뿔뿔이 흩어졌다. 수사를 진두지휘한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재혁 수원지검 형사3부 부부장은 대구지검 공판2부장으로 승진했다.
수사 보고라인도 바뀌었다. 송강 수원지검 2차장은 청주지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겼고, 수원지검장에는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신성식 검사장이 보임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이번 고검 검사급(부장·차장검사) 인사에 대해 “특정한 검사를 인사 요인으로 두고 인사를 하지는 않았다. 적재적소에 균형 있는 인사를 했다”고 자평했다. 연합뉴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인사부터 사건 처리까지 의도가 명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문재인 정권의 불법 혐의를 수사하는 부장검사 전원을 교체해 인사 원칙이 무시된 반면 친정권 검사들은 영전했다”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 농단에 의한 수사방해와 법치파괴에 엄히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법을 수호하는 데 앞장서야 할 이들이 도리어 '친문무죄 반문유죄'를 기준으로 삼고 있으니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될 리 만무하다”고 논평했다.
김 전 차관 의혹 사건을 비롯한 살아있는 정권을 겨눈 수사팀은 모조리 교체된 이번 인사에서 피의자 신분이거나 이미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검사와 정진웅 차장검사, 이성윤 서울고검장 등은 승진하거나 자리를 지킨 것을 두고서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지금이야말로 사건 마무리에 총력을 다해야 할 시기”리며 “별다른 사유가 없이 이 비서관 기소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정권 다 끝날 때까지 1년을 뭉갤 생각이냐”라며 “김오수 검찰총장의 역할이 안 보인다. 수사는 가로막혔고 ‘방탄 인사’라는 표현도 모자란 ‘철통 인사’가 단행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