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회동에 대한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의 논평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79세, 엘리자베스 여왕은 95세다.
1953년 25세의 나이로 즉위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부터 바이든 대통령까지 12명의 미국 대통령을 접견했다. 왕세녀 시절인 1951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 만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을 포함하면 13명이 된다.
29세(1972년)의 나이로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에 당선돼 반세기 가까이 선출직 정치인으로 활약한 바이든 대통령도 만만치 않은 정치 경력을 자랑한다.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영국 런던 인근 윈저성에서 만나 함께 성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런 만큼 이번이 첫 만남은 아니었다. 백악관에 따르면 두 지도자는 1982년 당시 상원의원이던 바이든 대통령이 영-미 의회 그룹의 멤버로 영국을 방문했을 때 처음 대면했다. 이번이 39년만의 재회인 셈이다.
"아일랜드계 바이든, 여왕에 고개 숙이지 않아" 바이든 대통령은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지난 9일 영국에 도착했다. 콘월 환영 행사에서 엘리자베스 여왕과 재회했고, 이후 13일 런던 윈저성으로 건너가 엘리자베스 여왕과 40분간 영국식 '티타임'을 가졌다. 이에 앞서 엘리자베스 여왕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동하면서 걸음이 불편한 엘리자베스 여왕에 팔을 내밀기도 했지만 여왕은 이를 사양했다고 한다.
미국으로 이주한 바이든 대통령의 증조부는 아일랜드계 노동자 계급 출신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여왕을 만나 떠올렸다는 그의 어머니는 40년 전 "여왕이나 왕실 인사들을 만나 고개를 숙이는 인사를 하지 말라"고 했다고 자서전을 통해 밝힌 바 있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40년 전에도 이번에도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켰다.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지만, 왕실의 예법은 모두 지켰다고 베니티페어는 전했다.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런던 인근 윈저성에서 만나 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로한 엘리자베스 여왕이 기댈 수 있게 팔을 내밀었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를 사양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로이터=연합뉴스] 그는 당선인 시절부터 아일랜드 문제를 놓고 영국 정부의 입장과 다른 의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바이든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 섬 북쪽과 남쪽에 국경을 세우고 문을 닫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며 "국경은 계속해서 개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영국에 도착했을 때도 바이든 대통령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를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라고 말하며 예이츠 시인의 작품 『1916년 부활절(Easter, 1916)』을 언급했다. 아일랜드인들이 영국 통치에 반대해 봉기를 일으킨 사건과 관련된 작품이다.
반면 지난 4월 별세한 여왕의 남편 필립공은 아일랜드의 분리 독립운동으로 가족을 잃은 아픔을 겪었다. 필립공의 영국 정착을 도운 삼촌 루이스 마운트배튼 경은 1979년 북아일랜드의 분리를 요구하는 테러 단체의 폭탄 공격으로 숨졌다. 필립공은 이 사건으로 매사 의견을 교환해온 정신적 지주를 잃고 한동안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상실의 아픔 공유, 바이든 "필립공 100번째 생일" 위로
지난 2011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부군 필립공이 마차를 타고 국민들에게 인사하는 모습.[AP=연합뉴스]
이처럼 껄끄러울 수 있는 상황이지만 두 사람은 '상실의 아픔'을 연결고리로 위로와 공감을 나눴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째 부인 네일리아 바이든과 딸을 1972년 교통사고로, 장남 보를 2015년 뇌종양으로 떠나보냈고 여왕은 지난 4월 9일 반세기 이상 함께한 반려자 필립공을 떠나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필립공의 생일이었던 지난 10일 "(살아 계셨다면) 오늘은 필립공의 100번째 생일이었을 것"이라며 "오늘 그의 부재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빈자리를 느끼고 있는지 알고 있다"고 여왕을 위로했다.
접견이 끝난 뒤 바이든 대통령은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여왕을 백악관에 초청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습과 관대한 성품을 보고 어머니가 떠올랐다"는 소감도 밝혔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또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