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독일, 노르트스트림2 완공 4개항 합의
러시아-독일 잇는 가스관 놓고 미-독 10년간 분쟁
독-러 상호의존 강화, 우크라이나의 대러 취약성 악화
지난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을 했을 때의 모습. 워싱턴/AFP 연합뉴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사업에 대해 미국이 오랜 반대를 접고 동의했다. 러시아와 독일의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는 반면 러시아에 노출된 우크라이나의 취약성이 커지는 등 러시아와 유럽 관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과 독일은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독일로 직접 수송하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프로젝트 완공을 허가하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이 양국 관리들 말을 인용해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기간 미-독 관계에 긴장을 조정했던 이 사안에 대한 합의는 빠르면 21일 발표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은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발트해를 거쳐서 독일로 직접 수송하는 프로젝트이다. 러시아 천연가스는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거쳐서 독일 등 유럽으로 수송됐다. 미국은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이 가동되면,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가 커져서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반대해왔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거치는 기존 가스관에 대한 의존도도 줄어들어서,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취약성도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우크라이나는 이 가스관 통과료를 주요 수입으로 삼고 있다. 또, 러시아와 갈등이 일면,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통제하겠다는 위협을 하며 러시아를 견제해왔다.
미국은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사업에 대해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을 거치며 반대해, 독일과 갈등을 빚어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 가스관 사업이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반대했으나, 러시아에 대항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동맹 강화라고 보고, 독일과의 갈등을 끝내기로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주 백악관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우리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을 계속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프라이스 대변인은 또 바이든이 취임했을 때 그 사업이 90%나 진행됐고, 관리들은 제재로는 그 사업을 중단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여, 바이든 대통령이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에 동의했음을 시사했다.
취임 이후 서유럽 동맹국들과의 관계 회복을 추진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러시아의 가스관 회사인 노르트스트림2에이지(AG)와 그 최고경영자에 대한 제재를 유보해, 입장 변화를 보여줬다.
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은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과 관련해 4개항 합의를 했다. 이 합의에 따라 미국과 독일은 우크라니아가 연 30억달러 규모의 기존 가스관 통행료를 러시아로부터 계속 받도록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미국은 또 러시아가 에너지 공급과 관련한 강압적 행동을 할 경우에 가스관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특권도 보유키로 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서유럽에 공격적인 행동을 할 경우에 독일이 가스관을 잠그도록 하는 이른바 ‘킬-스위치’ 조항을 요구했으나, 독일은 민간사업에서 국가적 간섭은 법에 저촉된다고 반대했다.
양국은 또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으로 피해를 보는 우크라이나에 녹색기술 기반시설에 5천만달러를 투자해, 대체 에너지 개발을 돕기로 했다. 또, 독일은 발트해, 흑해, 아드리아해 주변의 12개 동유럽 국가 협의체인 ‘삼해 계획’의 에너지 협의를 지원키로 했다.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이 가동되면, 러시아는 발트해를 통해 독일로 천연가스 수출을 두배로 늘릴 수가 있다. 이는 서유럽 에너지 시장에 큰 판도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4년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점령당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대한 견제력을 더욱 잃게 됐다. 팻 투미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노드스트림2 가스관 완공에 대한 어떠한 합의도 잘못된 것이다”며 “유럽에서 가스공급을 무기화하려는 러시아의 노력을 중단할”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의 가장 큰 대외 현안 중 하나를 해결하고, 올해 가을에 퇴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