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총리 연일 “여러 차례 자제 요청했는데…”
질병관리청 “집회 통한 감염 가능성 높지 않다”
민주노총 “식사 같이한 같은 부서 소속 3명만 확진”
지난 3일 오후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열린 전국민주노총조합총연맹(민주노총) 노동자대회 참석자 가운데 3명이 16일과 17일 코로나19에 확진된 것을 두고 정부가 연일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확진일로부터 13일 전 열린 집회를 ‘전파 장소’로 특정할 수 있는지를 두고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통상적인 코로나19 잠복기는 5∼7일에 그치는 데다 최대 잠복기인 14일이 지난 현재까지 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확진자 3명을 제외하고는 아직 파악된 집회 관련 확진자가 없기 때문이다.
18일 질병관리청과 민주노총의 설명을 종합하면, 확진된 집회 참가자 3명은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에서 상근직으로 일하는 이들이다. 3명 모두 서울 강서구의 한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1명이 지난 15일 진단검사를 받은 뒤 16일 오전에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후 이뤄진 노조 전체 상근직원 121명에 대한 진단검사에서 2명이 17일 추가로 확진됐다. 나머지 117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고, 2명은 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첫 확진자의 감염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확진자 3명의 증상 발현일이 14∼16일로 집회 참석일로부터 시차가 11∼13일이나 벌어지기 때문에, 집회가 아닌 다른 경로로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좀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청도 이날 “집회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히면서 현재까지는 역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집단감염 명칭을 ‘민주노총 집회 관련’이 아니라 ‘서울 강서 직장 관련’으로 정해 사용하고 있다. 질병청은 다만 “확진 날짜가 최대 잠복기인 14일 범위 안에 있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집회와 집회가 아닌 다른 공통 폭로(전파 경로) 가능성도 열어두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노조에서는 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같은 부서 소속 3명이 확진됐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은 “검사를 받은 총 122명 중 집회에 참석했던 사람이 더 있지만, 확진된 사람은 현재까지는 최근 함께 식사한 이들 3명뿐”이라며 “다만 혹시 모를 추가 전파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19∼20일 (음성 판정을 받은 이들도) 다시 한 번 진단검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도 “확진된 3명보다 이른 시기에 감염된 사람이 있다면 모를까, 현재까지는 집회에서 전파되었다고 보기에 근거가 부족해 집회와 연관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점은 지난해 8월 보수단체의 서울 광화문 집회 전후의 상황과는 차이가 크다. 당시에는 집회 당일인 8월15일 0시 기준으로 이미 서울 성북 사랑제일교회 확진자가 59명이 있었다. 그런데도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전광훈 담임목사는 교회 신도들과 집회에 참석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연설을 했고 집회 이틀 뒤인 17일 확진됐다. 이후 19일부터는 사랑제일교회와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는, 교회 신도가 아닌 집회 참석자 가운데 확진자가 10명 확인되면서 집회 장소에서의 2차 전파가 또렷해졌다. 그런데도 상당수 집회 참석자들이 진단검사를 거부하면서 엔(n)차 전파가 발생했고, 결국 사랑제일교회에서 1173명, 도심 집회에서 650명이 확진됐다.
이번 사태로 문재인 정부 들어 골이 깊어져 온 정부와 노동계 간 갈등이 더 깊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8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주노총 집회 참석자 중, 세 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엄중한 코로나19 상황 속에, 여러 차례 자제를 요청했던 집회의 참석자 중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전날에 이어 두 번째 유감 표명이다. 이에 대해 공공노조는 “중요한 것은 하루빨리 감염원을 밝혀내 추가 감염을 차단하는 것”이라며 “부당한 비방에 대해 사과하고 사실관계를 정정해주길 바란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라 집회 참석자 약 8천명 전원에게 48시간 안에 진단검사를 받을 것을 요청했다. 질병청과 민주노총은 집회 참석자 명부 제출 범위와 방식을 두고 협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