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묘역 참배하며 ‘울먹’
구애 성공할지 미지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 선언 뒤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했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 속에서 진영 갈등을 극복하겠다며 전략 지역으로 상정했던 호남 지역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윤 전 총장은 제헌절인 17일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윤 전 총장은 박관현 열사와 홍남순 변호사, 김태홍 전 의원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한 뒤 “저 스스로도 아직 (광주의) 한을 극복하자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울먹였다. 그는 “자유민주라는 보편적 가치 위에서 광주·전남 지역이 고도산업화와 풍요한 경제 성장의 기치가 되고, 발전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지역이 되길 바란다.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또 “5·18정신 역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숭고한 정신이기 때문에 국민 전체가 공유하는 가치로 떠받들어도 전혀 손색없다고 생각한다”며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자는 주장에) 찬성이라는 뜻으로 보시면 무방하다. 그래서 제가 일부러 제헌절에 (광주를) 찾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의 동선을 장식한 광주시민의 민심은 엇갈렸다. 5·18민주묘지 가는 길목에 “공정의 대명사 윤석열”, “윤석열 고맙습니다”라는 펼침막이 걸린 반면, 묘역 앞의 한 광주시민은 “말은 헌법 수호, 뜻은 권력 수호, 탐욕 수호, 처가 수호”라는 팻말을 들었다. 참배 현장에서는 일찍부터 윤 전 총장을 응원하러 나온 지지자들과 그의 광주 방문을 규탄하는 대학생진보연합 단체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이 이날 광주를 찾아 5·18정신을 강조한 것은 최근의 지지율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3월 퇴임 뒤 상승세를 타던 지지율이 첫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호남 민심에도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의뢰로 실시해 지난 15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호남 지지율은 11.8%로, 대선 출마 선언 전인 3주 전 정례조사(6월21~22일) 22.5%에 견줘 반토막이 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실시해 지난 12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의 호남 지지율은 12.6%로, 6월25~26일 조사(22.3%)보다 9.7%포인트가 빠졌다. 국민의힘 입당을 미루고 ‘제3지대’에 머물며 호남·중도층의 표심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이 빗나가고 있는 셈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후 5·18민주화운동 역사현장인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별관을 찾아 오월어머니집 회원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광주를 찾았지만 윤 전 총장의 호남 구애가 지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진보·보수를 넘어 중도층을 아우르겠다는 공언과 달리 윤 전 총장의 메시지가 문재인 정부 비판에 치우쳐있고 극우적 시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윤 전 총장은 옛 전남도청에서 오월어머니회를 만나 사과부터 해야 했다. 지난해 2월 오월어머니회는 광주고·지검을 방문한 윤 전 총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을 만난 오월어머니회 관계자가 “그때 오월(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생각을 들으려고 몇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우리를 만나지 않고 뒷문으로 빠져나가지 않았느냐”며 서운함을 내비치자 윤 전 총장은 “죄송하다. 그렇게 기다리셨는지 정말 몰랐다”며 “5·18민주화운동은 자유와 인권을 위해 희생한 것이라, 광주를 떠나 국민과 전 세계적인 가치로 받아들여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18일에는 황준국 전 주영국대사를 후원회장으로 위촉하고 모금 채비를 갖췄다. 외교관 출신인 황 전 대사는 박근혜 정부 당시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겸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를 맡았다. 지난 12일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윤 전 총장은 19일 후원회 등록을 한 뒤 본격적인 모금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