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서 법 개정 촉구
9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공사현장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며 운행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119대원들이 승객들은 구조하고 있다.연합뉴스
광주 학동4구역 붕괴사고 희생자 유족들이 앞으로 명백한 사고사에 대해서는 부검을 미뤄달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4일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 참사와 같은 사고의 경우에 부검을 거치지 않아도 사망의 원인을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 주시기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본인을 광주 학동 건물붕괴사고 아홉 유가족 대표라고 밝혔다.
청원인은 “황망히 가족들을 떠나보내고 넋이 나간 채 장례를 치르면서 이런 참사 같은 경우까지 반드시 부검이라는 것을 해야 하느냐는 문제의식에 유족들 모두 공감해 현행법상 부검제도에 관한 청원의 글을 올린다”고 청원 이유를 설명했다.
청원인은 “사고 소식을 듣고 설마 하면서 대학병원으로 갔다. 제발 내 가족이 아니길 바랐지만 병원에서 본 가족 주검의 모습은 너무나도 처참해 보는 순간 미칠 것만 같았다”고 했다.
그는 “의사가 사망진단서를 발급하자 사망원인을 밝히는 일이 다 끝난 줄 알았다. 엄청난 양의 건물 잔해에 압사돼 처절한 고통을 받으며 사망했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경찰 조서를 작성하면서 부검을 할 것인지 물을 때 유족 모두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썼다.
청원인은 “사고 다음 날 경찰들이 부검해야 한다며 유족의 동의를 얻기 위해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원인은 의학적으로 추정될 뿐 법적인 효력이 없어 현행법상 부검을 통해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이어 “유족들이 거부하자 고위 공직자들이 나서 부검을 거치지 않을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결론은 변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유족들은 최소한의 부검만 해달라고 부탁하며 동의했고 부검을 거친 후에야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우리가 법은 잘 모르지만 이번 희생자 사망원인은 부검으로 밝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족을 또 한 번 고통스럽게 하는 가혹한 절차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이 글은 15일 낮 12시 기준 760여명이 동의했다. 국민청원 게시판 공개여건인 사전동의 100명을 넘어 게시판 관리자가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의사의 사망진단서에는 구체적 희생자들이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 나오지 않는다. 사망원인을 확실히 규명하기 위해서 부검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광주 동구청 관계자는 “사고 희생자 유족들이 부검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것으로 안다. 유족들의 아픔을 덜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9일 오후 4시22분 학동4구역 재개발공사현장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며 운행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