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항 10년 국내 유일 기상관측선 기상1호 타보니
풍선 날리고 태풍 길목 따라 부이 띄워 기상관측
상공 20㎞, 물속 3000m까지 기상정보 수집
삼면 바다인데 배는 한 척 뿐 “동시 관측 어려워”
해상 기상관측선박인 기상1호의 모습. 기상청 제공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기후는 바다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기상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선 땅 위 기상관측소만큼이나 ‘바다 위 기상대’가 중요하다. 국내 최초 기상관측선 ‘기상1호’가 지난 10년 간 그 역할을 수행해왔다. 2011년 5월 취항해 연안을 누비며 태풍, 저기압, 장마 등을 관측했다.
지난 28일 오전 10시께 충남 서산 대산항을 출발한 기상1호는 1시간여를 달려 대산항 서쪽 33km 지점에 도착했다. 이날은 오는 2일 제주도에서부터 장마철이 시작된다는 기상청 예보가 나온 날이었다. 취항 10년을 맞은 기상1호는 길이 64.3m, 너비 9.4m, 489톤급 선박으로 시속 33km로 근해를 누빈다. 2011년 이후 연간 160~200일 정도 바다에 머무르며 관측 공백지역 기상 관측과 통신 업무를 담당해 왔다. 국립기상과학원 해양수산사무관인 류동균 선장 등 승무원 19명이 탑승해 서해·남해·동해에서 기상관측 활동을 한다.
지난 28일 오전, 충남 대산항으로부터 서쪽으로 33km 나온 기상 1호 위에서 라디오존데가 부착된 헬륨 풍선이 약 20km 상공의 기상정보를 관측하기 위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기상1호 승무원들은 선박에 부착된 각종 대기관측 장비를 이용해 장마·태풍 관련 기상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 오전 11시께 기온과 기압, 습도, 풍향, 풍속 등을 관측하는 고층기상관측장비(ASAP)를 하늘로 날려 보냈다. 고층기상관측장비는 헬륨가스를 넣은 풍선에 관측용 센서인 라디오존데를 매달아 상공 20㎞까지 대기층별 기상자료를 관측하는 장비다. 풍선을 담은 보관함이 열리자 라디오존데가 달린 흰 풍선이 순식간에 하늘로 떠올랐다. 라디오존데는 출항하면 하루에 4번가량 날리고 약 90분 간 하늘에 머물며 고층 기상정보를 기상청으로 전송한다. 임무가 끝나면 풍선과 함께 버려진다. 라디오존데가 평지에 떨어져 민간인들에게 폭발물로 오해받지 않도록 기상 관측을 위한 소모품이라고 적힌 스티커도 부착한다.
보다 정확한 기상예보를 위해서는 바다 위 상황뿐만 아니라 바다 속 환경도 확인해야 한다. 바닷물 온도, 염분, 농도, 수층별 수압, 용존산소량 등을 측정하는 장비인 염분수온측정기(CTD)가 이 역할을 맡는다. 이날 오후 승무원들은 1m가량 되는 쇠로 된 긴 통발 모양 염분수온측정기를 시범적으로 바다에 넣었다가 건져 올렸다. 실제 측정을 위해 물 안으로 들어갈 때는 수심 3000m까지 내려가 수온과 염분, 용존산소량 등을 확인한다. 이밖에도 미세먼지 관측장비(PM10), 자동기상관측장비(AWS) 등 기상 관측 장비들이 선박 곳곳에 붙어있다.
지난 28일 오후, 기상 1호 위에서 바닷물의 수온, 염분, 농도, 수층별 수압, 용존산소량 등을 측정하는 장비인 염분수온측정기(CTD)가 입수를 준비하고 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기상1호 승무원들은 이러한 장비를 이용해 거둔 그동안의 운영 성과로 태풍 진로를 미리 관측한 점을 꼽는다. 기상1호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5년 간 태풍 예상 진로로 나가 고층 기상 정보를 관측하고 있다. 또 표류부이를 떨어뜨리고 염분수온측정기를 이용해 해수 수온과 염분을 확인하는 등의 방식으로 태풍 강도와 진로를 예측하고 있다. 태풍 가장자리까지 다가가 표류부이를 띄우면, 표류부이가 선박을 대신해 기압 등을 실시간 관측해서 기상청에 전송하는 식이다. 류 선장은 “이러한 방식으로 태풍 ‘바비’, 태풍 ‘하이선’ 등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태풍의 경로를 비교적 확실하게 관측했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류동균 기상1호 선장이 기상1호 내부 장비를 취재진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이처럼 동해와 서해, 남해를 누비며 하늘과 물 속 기상정보를 확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한 기상관측선은 기상1호 한 척 뿐이다. 관측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한 척으로 여러 바다를 동시에 관측하기 어려워 여전히 구멍이 존재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에서 보유한 3000톤급 선박 등 해외 다른 기상관측선에 비해 규모도 작은 편이다. 류 선장은 “서해와 동해 남해 등 여러 바다를 동시 관측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자 한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