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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를 풍미했던 국산 소셜 미디어 ‘싸이월드’가 마침내 7월 5일 다시 그 문을 연다. 지금이야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가 이력서처럼 통하는 시대가 됐지만, ‘미니룸’ 인테리어와 함께 ‘미니홈피 BGM’이 각 주인장의 센스와 감각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는 싸이월드 리오픈을 앞두고 10년 전 미니홈피를 운영했던 다섯 명의 뮤지션에게 과거 자신의 싸이월드 BGM과 새로 미니홈피를 오픈한다면 어떤 곡을 걸고 싶은지 물어봤다. 기리보이, 한요한, 릴보이, 넉살, 던밀스이 직접 고른 총 10곡의 BGM과 그 선정 이유를 확인해보자.
기리보이
2011년 – 장영규 ‘고니의 테마’ (타짜 OST): 10년 전 당시 나는 영화 에 뒤늦게 빠져 모든 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외울 만큼 몰입해있었다. 영화 BGM ‘고니의 테마’에 빠져서 당시 들고 다녔던 아이팟으로 이 노래를 들으며 마치 고니가 된 듯, 세상 모든 걸 다 잃은 주인공처럼 걸어 다녔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도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싸이월드 BGM으로 아무도 안 하던 곡을 선정해 나름의 특별함을 뽐냈었다. 지금 내가 만드는 음악에도 ‘고니의 테마’의 DNA가 녹아있는 걸 보면, 나도 모르게 이 곡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 신기하다.
2021년 – 기리보이 ‘라식’: 중고등학교 때부터 내 꿈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내가 만든 노래를 BGM으로 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흐른 후 싸이월드 열기가 식어갈 무렵, 나의 첫 번째 싱글을 BGM 설정했었지만 지금도 싸이월드가 활발하게 운영된다면 나는 이 노래를 자랑스럽게 BGM으로 걸어놓고 싶다.
한요한
2011년 – 라디오헤드 ‘High And Dry’: 중고등학생 때 이미 인근 학교의 소녀들을 울려버린 전설의 기타리스트, 그리고 모든 이들이 인정한 소문난 ‘락덕후’ 한요한. 그 명성에 걸맞은 BGM 선정은 당시 그에게 앨범 타이틀곡 선정만큼이나 신중하고 고된 작업이었으니···. ‘Creep’은 너무 뻔할 것 같았지만, ‘High And Dry’ 정도면 우리들만의 ‘락덕후’ 세계에선 조금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메인 사진에는 어딘가 취해있는 보컬 톰 요크 사진까지 해놓으면 그야말로 ‘개꿀’.
2021년 – 한요한 ‘가습기’: 수많은 소녀들을 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한요한. 어린 시절 심취했던 세계관들을 하나씩 곱씹으며 본인 음악에 풀어내기 시작한다. 순탄한 생활도 잠시, 2020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악화에 시달린 그는 마지막까지 지켰던 ‘락덕후’의 ‘High And Dry’를 내리고 본인 음악을 등록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데···.
릴보이
2011년 – 비지스 ‘How Deep Is Your Love’: 비지스의 대형 히트곡. 음악 소개하던 한 TV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듣고 너무 좋아서 이후 오래도록 즐겨 들었던 노래다. 지금도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장면이 떠오를 만큼 무척 감명 깊었다. 친구는 내 미니홈피 ‘브금’들이 졸리다고 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걸어놨었다. 하하 ‘막귀’ 자식들!
2021년
– JMSN ‘Hypnotized’: 너무 좋아하는 아티스의 곡이다. 재지한 노래들을 원래 좋아하는 편인데, 몇 년간 부족했던 나의 ‘재즈력’을 채워준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Hypnotized’을 찬찬히 듣고 있자면 당장이라도 바다로 떠나서 바비큐를 구워 먹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넉살
2003년 – 마운틴 브라더스 ‘Thoruoghbred (TSOB remix)’: 마스터플랜의 컴필레이션 앨범 에 수록된 곡. 중학생 때부터 정말 많이 듣던 트랙이다. 마운틴 브라더스의 곡을 소울스케이프 형님이 리믹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앨범에 수록된 곡은 다 좋지만 특히나 이 곡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연스레 싸이월드 BGM으로 하지 않았나 싶다.
2021년 – FKJ ‘Ylang Ylang’: 그냥 평소에도 편하게 듣는 노래라 BGM으로 딱 좋을 것 같다. 싸이월드라는 단어에 딱 어울리는, 예전을 돌아보는 노래다.
던밀스
2011년 – 루다크리스 ‘My Chick Bad’: 2002년 처음 루다크리스의 음악을 접했을 때 그의 유쾌함과 과감한 가사에 매료됐고, 싸이월드 배경음악으로 고르게 됐다. 당시 솔직한 심정으로는 방문자들이 내 미니홈피에 와서 ‘이 사람은 대단히 힙합을 좋아하는 멋진 사람이구나!’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고, 당당히 힙합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선택했다.
2021년 – 던밀스 ‘대박인생’: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래퍼를 꿈꾸던 건실한 청년 ‘황마K’. 그는 시간이 흘러 한국 힙합 역사의 한 획을 그어버리는 대단한 뮤지션 ‘던밀스’로 성장하고야 말았다. 그렇게 그는 모든 이의 사랑을 받았던 히트곡 ‘88’을 냈고, 그 후로도 수많은 히트곡들을 선보였다. 2021년 던밀스는 대망의 정규 2집으로 화려하게 복귀했고, ‘대박인생’이라는 대박 트랙으로 한국 힙합의 흐름을 바꾸고 있기에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이 곡을 싸이월드 배경음악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