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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가 공개한 블랙홀 3차원 영상. NASA 제공
블랙홀은 한 마디로 표면의 중력이 아주 강력한 천체이다. 중력이라는 개념이 과학적으로 정립된 것은 17세기 뉴턴에 의해서였으니까 사실 그 이후로 중력이 아주 강력한 천체에 관한 생각이 없지 않았다.
 
18세기 프랑스의 미셸과 라플라스는 중력과 관련해 아주 극단적인 사고실험을 했었다. 지구 같은 천체에서 그 중력의 영향을 벗어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어떤 천체의 표면에서 그 천체의 중력을 이기고 무한히 먼 곳까지 물체를 보내기 위해 필요한 초속도를 탈출속도라 한다.
 
탈출속도는 그 천체의 질량을 반지름으로 나눈 값의 루트 값에 비례한다. 지구의 경우 그 값이 초속 11.2킬로미터이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약 4만 킬로미터에 달한다. 목성의 경우 지구보다 약 320배 무겁고 11배 더 크다. 이로부터 계산해 보면 목성의 탈출속도는 초속 약 60킬로미터이다. 태양은 지구보다 33만 배, 크기는 110배 더 크다. 그 결과 탈출속도는 목성보다 대략 10배 정도 더 커서 초속 618킬로미터에 달한다.
여기서 극단적인 상황을 상상해 보자. 만약 천체의 질량이 더 크고 크기가 더 작다면 탈출속도는 그만큼 더 커질 것이다. 만약 탈출속도가 엄청나게 커서 광속을 넘어서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빛조차도 그런 천체의 표면에서 바깥으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천체를 당시에는 어둑별(dark star)이라 불렀다. 어둑별은 블랙홀의 고전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어둑별이 되는 조건은 탈출속도가 광속과 같다고 방정식을 세우면 얻을 수 있다. 정성적으로 말하자면 크기가 작고 질량이 크면 된다. 즉, 좁은 영역에 질량이 집중돼 있으면 어둑별이다. 태양을 어둑별로 만들려면 ê·¸ 크기를 약 3km로 줄이면 된다. 지구의 경우는 9mm이다. 
현실 물리 세계에서는 태양이나 지구가 갑자기 그렇게 작은 크기로 찌그러지지 않는다. 천체를 자기 내부로 스스로 찌그러지게 하는 힘은 중력이다. 그러나 자연에는 중력만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중력은 전자기력 등 다른 힘들에 비해 대단히 약하다. 지구와 같은 돌덩이는 이를 구성하는 원자들 사이의 전기적인 반발력이 강력해 중력붕괴를 간단히 막을 수 있다. 태양 같은 별은 내부에서 핵융합반응으로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 과정에서의 압력이 중력붕괴에 맞서 별의 형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만약 별이 핵융합반응의 연료를 다 소모하고 더 이상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때에는 별의 핵을 구성하는 물질의 양자역학적인 성질 때문에 서로가 밀어내는 경향(파울리의 배타원리)이 있다. 이를 축퇴압이라고 한다. 백색왜성에는 전자의 축퇴압이, 중성자별에는 중성자의 축퇴압이 작용해서 중력붕괴와 균형을 이룬다. 전자의 축퇴압이 견딜 수 있는 한계는 대략 태양 질량의 1.4배로 이를 찬드라세카르 한계라 한다. 그러니까 찬드라세카르 한계는 백색왜성이 존재할 수 있는 질량한계에 해당한다.
 
이보다 무거우면 중력붕괴가 전자축퇴압을 압도한다. 중성자 축퇴압은 좀 더 무거운 질량까지 견딜 수 있다. 그 한계는 대략 태양질량의 2배를 조금 넘는 정도이다. 이를 톨만-오펜하이머-폴코프 한계라고 부른다. 여기 등장하는 오펜하이머는 훗날 미국의 핵무기 개발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과학 분야 책임자로 활동하며 명성을 날리게 되는 인물이다.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는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미국이 주도하고 영국과 캐나다가 공동으로 참여했던 핵폭탄 개발 프로그램이다. 위키미디어 제공
만약 질량이 이 한계를 넘어가면 어떻게 될까? 중력붕괴를 막아설 ê·¸ 무언가가 전혀 없기 때문에 끝없는 중력붕괴가 계속된다. 그런 천체가 바로 블랙홀이다. 현대적인 중력이론인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은 끝없는 중력붕괴라는 개념을 좋아하지 않았다. 상대성이론을 영국에 소개했고 일식탐사로 일반상대성이론을 검증한 에딩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인도 출신의 찬드라세카르가 백색왜성의 질량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을 때 에딩턴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찬드라세카르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블랙홀은 어둑별과 비슷하지만 그 온전한 의미는 일반상대성이론 속에서 정의될 수 있는 현대적인 개념이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블랙홀은 한 마디로 어떤 경계 안에 질량이 집중돼 있는 시공간의 영역이다. 그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이라 부른다. 사건의 지평선은 사실 가상의 구면으로 그 크기를 결정하는 반지름을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 한다.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의 크기는 일반상대성이론의 중력장 방정식에 대한 특별한 풀이(슈바르츠실트 풀이)에서 나온 결과이다. 놀랍게도 ê·¸ 결과는 고전역학의 논리로부터 유도한 어둑별의 크기와 일치한다. ê·¸ 성질도 비슷해서 사건의 지평선 안쪽에서는 빛도 ê·¸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상대성이론에서는 광속이 우리 우주의 물리적인 속도의 한계이므로 ê·¸ 어떤 물체도 밖으로 못 나간다. 그렇다고 해서 사건의 지평선이 공간 속의 어떤 특별한 지점도 아니다. 다만 ê·¸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갈 수는 없으니 대단히 조심해야 한다.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질량이 주어지면 ê·¸ 값에 정비례해서 결정되는 양이다. 앞서 소개했던 사례에서 태양이나 지구를 어둑별로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크기가 바로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다. 태양은 3킬로미터, 지구는 9mm이니까 원래 천체의 크기에 비해서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대단히 작다. 즉, 보통의 천체는 ê·¸ 크기가 슈바르츠실트 반지름보다 크기 때문에 ê·¸ 천체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 천체 내부에 존재하게 된다. 뒤집어서 말하자면 블랙홀이란 자신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 ê·¸ 외부에 존재(자신의 모든 질량이 ê·¸ 내부에 존재)하는 천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미 소개했듯이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강력한 곳에서는 시간이 느려진다. 정확하게는 1초의 간격이 커진다. 블랙홀도 당연히 예외가 아니다. 멀리서 블랙홀에 다가갈수록 시간이 느려진다. 만약 중력이 어마어마하게 강력하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1초의 간격도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다. 그러다 마침내 1초의 간격이 무한히 커지는 경계가 생기가 된다. 바로 ê·¸ 경계가 사건의 지평선이다. 1초의 간격이 무한히 커진다는 뜻은 시간이 멈춘다는 뜻이다. 
 
블랙홀 주변에서 시간이 느려지는 현상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잘 묘사돼 있다. 이 영화의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온 아빠가 자신보다 더 늙어버린 딸과 재회하는 장면이다. 적어도 이 장면은 영화적 상상력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이다. 아빠가 나이를 덜 먹은 이유는 엄청난 중력을 가진 블랙홀을 방문하고 왔기 때문이다. 지구에 남아 있는 딸이 보기에 블랙홀에 다가가는 아빠의 시간은 점점 느려진다. 그러다가 아빠가 사건의 지평선에 도달하게 되면 아빠의 시간이 멈춘다. 따라서 블랙홀 바깥에서는 누구라도 지평선 너머 우주선이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는 없다.
 
재회한 부녀의 모습. 영화 '인터스텔라' 스틸컷
반면 아빠의 입장에서는 (등가원리가 깨지지 않고 올바르게 작동한다면) 블랙홀을 향해 자유낙하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성질을 이용하면 블랙홀을 일종의 타임머신으로 이용할 수 있다. 블랙홀 주변에서는 시간이 느려지므로 블랙홀 주변 중력이 강력한 적당한 곳에 다녀오면 여행자는 시간이 덜 흐른 반면 지구에서는 시간이 많이 흘렀을 것이므로 여행자는 지구의 미래 모습을 보게 된다. 즉, 미래로의 여행이 가능하다. 물론 원하는 미래 시점에 정확히 도달하려면 블랙홀 근처 어디까지 갔다 와야 할지 면밀한 계산을 해야겠지만 말이다. 다만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원인과 결과가 서로 뒤집어지는 인과율의 역전현상 또는 그로 말미암은 모순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랙홀로 자유 낙하하는 아빠 입장에서는 등가원리가 성립하는 한 별다른 사건 없이 지평선을 지나 블랙홀의 중심으로 계속 낙하한다. 이 과정에서 블랙홀 방향으로 일정한 크기를 가진 물체는 위치에 따른 중력의 차이 때문에 낙하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서로 잡아당기는 힘인 기조력을 느끼게 된다. ê·¸ 힘은 블랙홀의 중심에 다가갈수록 강력해진다. 블랙홀의 한가운데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실 잘 모른다. 다만 ê·¸ 중심에는 시공간의 곡률이 무한대가 되는 이른바 특이점이 있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수학적인 기술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지점이 존재한다. 이는 중력붕괴를 겪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영국의 로저 펜로즈는 이와 관련된 연구결과로 2020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사건의 지평선을 지나 특이점에 도달하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태양 정도 질량의 블랙홀의 경우 1만 분의 1초, 태양보다 10억 ë°° 무거운 블랙홀의 경우 대략 10분 정도 걸릴 뿐이다. 
 
블랙홀에서는 빛이든 전자기파든 ê·¸ 무엇도 빠져나올 수 없으므로 블랙홀을 직접 관측할 수는 없다. 따라서 블랙홀의 존재를 관측으로 확인하려면 간접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방법은 블랙홀 주변에서 블랙홀로 흘러드는 물질에서 나오는 정보들을 취합하는 것이다. 블랙홀 속으로 주변의 물질들이 빨려 들어갈 때 ê·¸ 물질들이 가진 에너지가 강력한 X선으로 방출되는 경우가 있다. 보통은 두 개의 별이 쌍성계를 이루고 하나의 별에서 다른 별로 물질이 유입될 때 이런 현상이 생긴다. 이때 물질이 빠져나가는 별은 보통의 별이고 물질을 빨아들이는 별이 대개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다. 
최초의 블랙홀은 이렇게 ê·¸ 주변에서 방출되는 X선을 통해 ê·¸ 존재를 추정할 수 있었는데, 바로 백조자리 X-1이다. 최근에는 두 블랙홀이 하나로 합쳐질 때 방출하는 중력파를 감지해 어떤 블랙홀들이 어떻게 병합되었는지를 역추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블랙홀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사건의 지평선을 건너갈 때 정확하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직 자세히 모른다. 이와 관련된 논쟁은 1970년대 스티븐 호킹 이래 수십 년 동안 진행되었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ê·¸ 과정에서 블랙홀은 물론 열역학, 양자역학, 끈이론 등 물리학의 근본적인 요소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블랙홀은 여전히 과학자들에게 가장 훌륭한 사고실험의 대상이다. 
 
2019년 4월 M87 초대질량 블랙홀의 모습을 공개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 한국 과학자 8명을 포함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연구자 200여명으로 구성됐다. ETH 제공
 
※관련기사 
-The Nobel Prize in Physics 2020. NobelPrize.org. Nobel Prize Outreach AB 2021. Sat. 10 Jul 2021; https://www.nobelprize.org/prizes/physics/2020/summary/
-M. Guidry, Modern General Relativity: Black holes, Gravitational Waves, and Cosmolog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9.
 
※필자소개 
이종필 ìž…자이론 물리학자. 건국대 상허교양대학에서 교양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이》, 《물리학 클래식》,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사이언스 브런치》,《빛의 속도로 이해하는 상대성이론》을 썼고 《최종이론의 꿈》, 《블랙홀 전쟁》, 《물리의 정석》 을 옮겼다. 한국일보에 《이종필의 제5원소》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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